와이즈 홈캠, 다른 집 보이는 오류로 ‘골치’
가정용 CCTV(홈캠) 제조사 ‘와이즈(Wyze)’가 홈캠 화면을 보여주는 앱 기능에 발생한 오류로 골치를 앓고 있다. 2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와이즈 앱의 알림을 통해 다른 집 홈캠 화면을 볼 수 있다는 게시글이 여럿 올라왔다. 오류를 경험한 사용자는 와이즈 앱에 ‘동작 감지 알림’이 떠서 눌렀더니 다른 집 모습이 보였다고 주장했다.
알림 떠서 봤더니 ‘남의 집 화면’이
동작 감지 알림은 홈캠이 움직임을 인식했을 때 사용자의 앱에 전송하는 알림이다. 와이즈 홈캠 사용자가 부재중일 때 카메라가 바라보는 곳에 움직임이 감지되면 와이즈 앱 내 ‘이벤트 탭’에 동작 감지 알림이 뜬다.
홈캠이 어떤 움직임을 인식했는지 화면을 보여주는데, 이때 다른 사용자의 홈캠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는 오류가 발생했다. 다른 사람의 홈캠이 전송한 동작 감지 알림이 잘못 전달된 셈이다. 이날 레딧에서만 최소 10명이 다른 사람의 홈캠 화면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튿날 와이즈는 “일부 사용자가 이벤트 탭에서 다른 사람의 홈캠 화면 썸네일을 볼 수 있는 보안 문제를 확인했다”라고 발표했다. 와이즈 공동 창업자 데이비드 크로스비(David Crosby)는 이와 관련된 제보를 14건 받았으며, 최소 12명의 사용자가 다른 사람의 홈캠에서 촬영한 사진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사용자를 식별하는 중이며, 조만간 내용을 정리해서 앱 알림을 통해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와이즈 “AWS 중단 때문, 영상 아닌 사진만 잠깐 보여”
데이비드 크로스비는 이날 오전에 발생한 아마존 웹 서비스(AWS) 중단 문제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AWS는 아마존닷컴의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로, 와이즈는 AWS를 통해 원격으로 홈캠 화면을 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 2월 16일 오전 4시쯤 와이즈 홈캠이 오프라인 상태로 전환됐다며, 앱으로 카메라 화면을 볼 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다. 앱이 강제로 종료되거나 기기 목록이 초기화되기도 했다. 10시 24분경 와이즈는 AWS 오류로 인해 장치 연결과 로그인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이 오류는 오후 1시 7분에 복구됐지만, 이후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다른 사람의 홈캠 화면이 보이는 오류가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주 현지 언론 ‘KIRO 7’은 이날 한 와이즈 홈캠 사용자가 전용 앱을 통해 다른 집에서 다른 시간대에 걸어다니는 사람의 영상을 볼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와이즈는 이는 사실이 아니며, 실제로는 정지된 썸네일 이미지만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벤트 탭에 동작 감지를 비롯한 알림이 뜨면 알림 전송 시점에 촬영한 사진이 전송되는데, 이를 통해 정지된 이미지만 잠깐 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지된 이미지라도 엄연히 다른 사람의 홈캠 화면이기 때문에 문제될 여지가 있다.
한편 몇몇 사용자는 똑같은 이미지를 봤다고 주장했다. 한 사람의 홈캠 화면 이미지가 불특정 다수에게 전송됐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소식을 접한 소비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집안 모습을 여럿이 볼 수 있다는 불안감에 카메라를 끄거나 버렸다.
보안 결함과 오류 반복, 소비자 신뢰 잃어
와이즈는 이벤트 탭 사용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고 문제를 조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홈캠이 전송한 이미지를 볼 때 해당 홈캠의 사용자가 맞는지 확인하는 단계를 추가했으며, 와이즈 앱에 로그인한 모든 사용자를 일괄 로그아웃해 토큰을 다시 설정했다고 알렸다. 토큰은 웹서비스에 로그인할 때 개개인을 확인하는 식별자를 말한다.
와이즈는 작년 9월에도 똑같은 오류가 발생하면서 홍역을 치렀다. 이벤트 탭으로 전송된 알림을 통해 다른 사람의 홈캠 화면을 볼 수 있었다. 당시 와이즈는 온라인 카메라 포탈 웹 캐싱 기능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오류는 다음날 해결됐지만, 문제를 제기한 일부 사용자와 연락을 주고받을 뿐 다른 고객에게는 오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실책을 감추기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22년 3월에는 와이즈캠 V1 모델에 제삼자가 해킹할 수 있는 보안 취약점을 3년 동안이나 인지했으면서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단종시킨 게 드러나 소비자와 언론의 비판에 직면했다. 보안에 철저해야 할 홈캠 제조사가 보안 결함과 오류를 반복하면서 잃은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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