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애플)
애플은 지난해 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공개하고, VR/AR이 아닌 ‘공간 컴퓨터(Spatial Computer)’ 시대를 열었다.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현실 공간이 컴퓨터가 되도록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예상대로 반응은 뜨거웠다. 미국에서는 사전 예약 30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오프라인 판매도 마찬가지였다. 뉴욕 애플스토어에서는 새벽부터 건물 뒤까지 줄이 늘어섰다.
(출처: 애플)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비전 프로를 반품했다는 후기가 속속 등장했다. 원인은 여럿이지만, 그중 하나가 ‘무게’였다. 비전 프로 본체가 약 600g에 달하다 보니 장시간 착용 시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애플은 이를 개선하고자 노력 중인 듯하다. 6월 25일(현지시간), 미국특허청(USPTO)은 애플이 출원한 비전 프로 헤드 밴드 특허를 최종 승인했다.
(출처: 애플)
특허에는 체감 무게를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이 나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헤드 밴드 착용 방식이다. 특허 내용을 보면 ‘전동 장치’ 도입에 관련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모터, 전자기 코일, 솔레노이드 등이 거론된다. 헤드 밴드 조임부터 본체 기울기까지 전동 장치로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
현재 비전 프로는 우측에 있는 휠을 돌려 밴드 조임만 조절할 수 있다. 사람 얼굴은 저마다 다르게 생겼다. 머리둘레부터 두상, 굴곡, 이마 크기, 눈 위치 등 어느 하나 같은 게 없다. 헤드 밴드 신축성이 좋아도 누군가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디자인이다.
(출처: 애플/페이턴틀리 애플)
전동 장치에 이어 스트랩도 눈에 띈다. 헤드 밴드에 본체를 지지하거나 기울일 수 있는 스트랩을 추가한 방식이다. 디자인이 다양한데, 이미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위 이미지 속 노란 선이 스트랩이다. 대부분 본체를 지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현재는 헤드 밴드가 모든 무게를 감당한다. 비전 프로는 부피가 큰 데다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있어 헤드 밴드 하나로는 역부족이다.
애플은 이를 고려해 듀얼 루프 밴드(Dual Loop Band)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머리띠처럼 머리 위쪽을 감싸는 스트랩이다. 헤드 밴드와 사용하면 체감 무게를 덜 수 있다.
(출처: 애플)
하지만 루프 밴드를 껴도 오래 사용하기 어렵다는 후기가 많다. IT 전문 매체 엔가젯(Engadget) 소속 체린 로우 기자는 비전 프로를 약 20분 동안 착용했는데, 무게 때문에 고통스러웠다고 지적했다. 듀얼 루프 밴드를 사용하면 한결 낫지만, 장시간 착용은 어려워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 IT 전문 매체 더 버지(The Verge) 소속 빅토리아 송 기자는 밴드 때문에 헤어스타일이 쉽게 망가진다는 후기를 남겼다. 특히 긴 머리는 밴드에 머리가 꼬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에서도 무겁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엑스(X), 레딧(Reddit) 같은 소셜 미디어에는 착용 5분 만에 머리와 얼굴이 짓눌리는 느낌이 심했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두통이 너무 심해 반품을 결심했다는 내용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출처: 로이터)
애플이 실제로 헤드 밴드를 변경할지는 미지수다. 특허를 출원해도 반드시 반영한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을 포함한 여러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은 지금보다 가벼운 저가형 비전 프로를 개발 중인 듯하다.
부품 소재를 바꾸면 무게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전 프로는 알루미늄 섀시와 유리가 많다. 플라스틱 같은 가벼운 소재로 바꾸면 무게를 쉽게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T 전문 매체 맥루머스(Macrumors)는 애플이 지금보다 ⅓ 가량 가볍게 만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처: 애플)
다만, 당장 올해 출시는 어렵다는 게 외신 분석이다. 맥루머스는 아직 제대로 된 프로토타입조차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는 2025년을 넘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부품 소재를 바꾸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CCS 인사이트(CCS Insights) 소속 커넥티드 기기 수석 애널리스트 레오 게비(Leo Gebbie)는 지난 2월 IT 전문 매체 위어드(Wired)를 통해 ‘애플이 가벼운 소재로 전환할 확률은 낮다’고 밝혔다.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조금 더 좋은 소재를 적용해 왔다는 이유에서다. 비전 프로 역시 같은 전략을 고수할 가능성이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하영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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