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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처럼 이어지던 일본 플로피디스크 사랑…끝맺는다

박진수 에디터 조회수  

플로피 디스크는 한물간 기술이 된 지 오래다. 플로피 디스크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놀라운 기술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저장 용량이 많아야 1.44MB에 불과한 데다 고장도 잦아 중요한 데이터를 저장하기에는 상당히 불안정한 저장 장치였다. 이후 콤팩트 디스크(CD), 외장하드, USB 등 다양한 저장 장치가 등장했다. 훨씬 더 많은 용량을 저장하고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지는 등 기술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더는 플로피 디스크가 설 자리는 없었다.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 중에는 플로피 디스크가 무엇이고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를 낯선 물건이기도 하다. 사라졌다면 진작에 사라져야 했을 기술이라 해도 무방하지만,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는 곳은 여전히 존재한다. 플로피 디스크가 사용을 완전히 몰아내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테크 경쟁력이라면 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미국도 핵무기 관리 시스템 운용에 1976년형 16비트 컴퓨터를 사용한 사실이 2016년 뒤늦게 적발돼 만천하에 공개됐다.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기에 보안성이 높다는 장점은 있지만 속도가 느리고 고장 시 관련 전문가를 물색해야 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 미국 국방부는 2019년이 돼서야 핵전력 지휘·통제 시스템 업데이트를 통해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지 않게 됐다고 발표했다.

플로피 디스크 하면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도 플로피 디스크를 적극 사용하는 대표적인 국가에 늘 이름을 올리곤 한다. 일본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환경은 변화했지만, 행정규정이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대체 왜 그래야만 했을까.

일본은 왜 플로피 디스크를 놓지 못했나

일본 정부가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는 배경에는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세계 최초로 플로피 디스크를 생산한 곳도 일본 기업 소니(Sony)였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 행정 시 플로피 디스크를 저장 매체로 강제하는 법률과 정부령에 있었다. 플로피 디스크를 없애고 싶어도 관련 조항이 그때마다 발목을 잡아 왔다.

그러다 2022년에 일본 정부의 플로피 디스크 사용이 큰 관심을 받는 사건이 발생한다. 2022년 4월 한 지자체 직원이 코로나19 지원금을 지원 대상자에게 입금하는 과정에서 금액을 더 적게 입금하는 실수가 있었는데, 당시 사고보다도 입금자 명단을 플로피 디스크에 저장해 지방은행에 전달된 사실이 더 화제가 됐다.

그해 8월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구시대 관행을 없애고 관료제를 현대화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플로피디스크와의 전쟁을 선포한다(War on floppy disks).”는 글을 트위터(현재 엑스)에 올리기도 했다. 팩스를 비롯해 각종 아날로그 기술을 없애겠다고도 공공연히 밝혔다. 이듬해 1월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까지 나섰다. 기시다 총리는 정기국회 연설에서 온라인에서 다양한 행정절차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플로피 디스크를 요구해 온 기존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결국 노력은 2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지난달 드디어 플로피 디스크 제출을 강제해오던 규정 1035개 중 1034개를 폐기하게 된다. 예외적으로 차량 재활용 관련 환경 규제 1개는 해당 조치에서 제외됐다. 문제의 조항이 사라지면서 플로피 디스크 폐지를 어렵게 만들었던 장애물도 사라졌다.

이제야 일본 플로피 디스크 전면 폐지

플로피 디스크에 의존하는 국가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일본은 최근에서야 그러한 오명을 벗게 됐다. 7월 3일 일본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플로피 디스크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며 더는 정부 컴퓨터 시스템 운영에 플로피 디스크가 사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플로피 디스크와 멀어졌을지는 몰라도 일본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디지털화가 쉽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 BBC는 정부의 단계적인 디지털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본 기업이 여전히 공식 문서에 도장(hanko)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의 디지털 전환은 비즈니스 분야에서 유독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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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수 에디터
CP-2023-0021@tech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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