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퀘스트 3, 이제 보고 듣고 말한다
그간 메타는 자체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해 자사 여러 플랫폼에 접목해 왔다. 하드웨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메타는 증강현실(AR) 글라스 레이밴 스토리에 ‘메타 AI’와 ‘메타 위드 비전(Meta AI With Vision)’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접목했다.
메타 AI는 텍스트나 음성을 인식하고, 메타 AI 비전은 카메라를 통해 주변 상황도 인식한다. 이를 통해 레이밴 스토리는 사람처럼 보고, 듣는 것이 가능하다. 메타가 이 기능을 더 많은 기기로 확장할 계획이다.
메타 퀘스트, AI 입는다
7월 24일(현지시간) VR 기기 전문 매체 업로드VR(UploadVR)은 메타가 북미에서 메타 퀘스트 3에 생성 인공지능 기능을 접목하는 실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메타 퀘스트 3에 추가되는 기능은 자체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 라마(Llama2)를 기반으로 한 메타 AI와 메타 AI 위드 비전이다.
메타 AI는 왓츠앱, 메신저 등 메타 소프트웨어 플랫폼에선 챗봇 형태로 쓰인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처럼 텍스트가 기반이라는 의미다. 레이밴 스토리 같은 웨어러블 기기는 텍스트 대신 음성을 활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인공지능을 호출한 다음 ‘오늘 날씨가 어때’라고 물으면, 기기가 이에 적합한 답변을 내놓는 식이다.
메타 AI 위드 비전은 기기에 탑재된 카메라로 앞을 볼 수 있는 메타 AI다. 사용자는 인공지능을 호출해, 눈앞에 있는 것을 물어볼 수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활용도는 상상 이상이다. ‘내가 들고 있는 과일의 정체가 뭐야’, ‘내가 보고 있는 동상은 무슨 동물을 모티브로 만든 거야’, ‘눈앞의 상황을 설명하는 텍스트를 만들어줘’와 같은 다양한 질문이 가능해진다.
활용 사례 보니
앞서 메타 경영진은 레이밴 스토리에 탑재된 기능을 시연하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를 보면 메타 퀘스트 3에 추가될 인공지능 기능이 어떻게 구현될지 엿볼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본인 인스타그램에 레이밴 스토리를 활용하는 영상을 올렸다. 저커버그가 ‘헤이 메타(Hey Meta)’라고 말하자 인공지능이 나타난다. 이후 옷장에서 셔츠 한 장을 꺼내며 어울리는 바지를 물어본다. 메타 AI는 ‘그 셔츠는 스트라이프 셔츠다. 짙은 색 청바지나 단색 바지가 어울린다’라고 답했다.
메타가 최근 게시한 영상에서도 이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가 ‘눈앞에 무엇이 보여?’라고 묻자, ‘개와 라운지 의자, 우산 같은 것이 보인다’라고 정확하게 답변했다. 또 주변에 농구를 할 만한 적당한 장소가 어디인지, 지금 들고 있는 반바지와 어울리는 셔츠가 무엇인지 등 다양한 질문에 적합한 답을 내놓았다.
메타 퀘스트 3는 이보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이밴 스토리처럼 기기 외부에 설치된 카메라로 주변 현실 포함, 사용자가 보고 있는 가상 세계까지 인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현실과 가상 세계를 함께 인식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답변을 내놓는 방식으로 쓰일 수 있다.
언제 사용 가능할까
아쉽지만 메타 퀘스트 3 인공지능 기능은 실험적인 기능에 속한다. 일부 사용자만 체험할 수 있는 테스트 단계라는 것이다. 사용 지역도 제한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고, 음성 명령은 영어만 인식한다. 레이밴 스토리 사례를 보면 국내 지원 여부는 더욱 불확실하다. 레이밴 스토리는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만 지원한다.
안타까운 소식이 하나 더 있다. 메타 퀘스트 2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 기능이 정식 출시되더라도, 구형 메타 퀘스트 사용자는 사용할 수 없다.
비전 프로보다 빨랐다
메타가 VR, AR 기기에 빠르게 인공지능을 접목하고 있지만 비전 프로는 별다른 소식이 없다. 애플은 지난달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생성 인공지능 기능 브랜드를 선보였다. 회사는 이를 아이폰, 태블릿, 맥북 등 모바일 기기에 접목하겠다고 밝혔지만, 비전 프로 적용 여부는 아직까지 불확실하다. 적어도 이 분야 인공지능 기능에선 메타가 애플을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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