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카드 (출처 : Biomemory)
프랑스 스타트업 바이오메모리(Biomemory)가 데이터를 DNA 형태로 기록하는 개인용 저장 장치 ‘DNA 카드’를 12월 4일(현지시간) 출시했다. 크기는 신용카드 한 장 정도로 여기에 문자열을 최대 1킬로바이트(KB) 저장할 수 있다. 가격은 1000달러(약 131만 원)로 그리 저렴하지 않다.
바이오메모리 최고경영자(CEO) 에르파네 아르와니는 자사의 데이터 저장 기술이 상용화될 준비가 됐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DNA 카드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데이터를 DNA 코드로 변환, 실제 DNA로 만들어
바이오메모리 홈페이지에 접속한 다음 저장하고 싶은 문자를 입력하면 DNA 코드로 변환된다. 바이오메모리는 이 코드를 기반으로 DNA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DNA를 동그란 칩에 밀봉하고 신용카드 모양 장치에 삽입하면 DNA 카드가 완성된다.
바이오메모리는 어떻게 데이터를 DNA로 만들까. 가장 먼저 사용자가 입력한 문자를 0과 1로 구성된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한다. 이 데이터를 DNA를 구성하는 4가지 요소 아데닌(A)·시토닌(C)·구아닌(G)·티민(T)을 대표하는 알파벳 조합으로 다시 변환한다. 이렇게 조합한 자료를 설계도 삼아 인공 DNA를 만들면 데이터를 담은 DNA가 완성된다.
DNA 카드 (출처 : Biomemory)
DNA 카드는 총 2장 만들어진다. 한 장은 소비자가 보관하는 용도며 다른 한 장은 데이터를 확인할 때 사용한다. 데이터를 확인하려면 카드 한 장을 바이오메모리에 보내야 한다. 바이오메모리는 카드에 내장된 칩을 개봉하고 DNA 염기 서열을 해독한다. 그다음 염기 서열은 DNA 코드로 변환해 소비자에게 이메일로 전달한다. 소비자가 이 코드를 바이오메모리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처음에 작성했던 문자열로 변환된다.
차세대 저장 매체로 주목…MS도 관심 가져
DNA 합성 설비 (출처 : Microsoft)
DNA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술은 몇 년 전에도 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7년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팀과 DNA 합성 전문 회사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와 협업해 음악 두 곡을 DNA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DNA는 차세대 저장 매체로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 밀도가 높고 보존 기간이 길며 전력 소모량이 적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DNA 저장 기술을 연구한 선임 연구원 카린 스트라우스 박사는 “쌀 한 톨보다 작은 DNA에 6페타바이트(PB) 분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최근 주로 사용되는 용량 단위로 변환하면 6144테라바이트(TB) 혹은 약 630만 기가바이트(GB)에 달한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2017년 3월 등재된 내용에 따르면 1그램(g) 분량의 DNA에 약 2억 1500만 기가바이트나 되는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이는 장편 영화 3600만 편에 해당하는 양이다.
바이오메모리는 DNA로 데이터를 기록하면 기존 방식보다 오래 보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데이터를 DNA로 만든 다음 산화되지 않게끔 칩에 밀봉하기 때문이다. 업체는 DNA 카드로 저장한 데이터가 최소 150년 동안 보존된다고 보장했다. 하드디스크는 약 5년, SSD를 비롯한 플래시 메모리는 약 10년 동안 데이터를 보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읽고 쓰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 문제 해결해야
DNA 카드 (출처 : Biomemory)
DNA 카드가 대중화되려면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우선 데이터를 저장하고 해독하는 과정이 훨씬 간단해야 한다. 바이오메모리 DNA 카드로 데이터를 저장하려면 홈페이지에 접속해 문자열을 입력하고 변환한 다음 바이오메모리가 카드를 만들어 배송해야 한다. 데이터를 읽을 때도 전문 장비가 필요하므로 카드를 바이오메모리에 보내야 한다.
데이터를 DNA로 변환할 때 걸리는 시간도 줄여야 한다. 바이오메모리는 1KB 분량의 데이터를 DNA로 만드는 데 약 8시간 소요된다고 밝혔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DNA로 보존하려면 연 단위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비용이 1000달러나 든다는 점도 문제다. 학계에서는 향후 DNA 데이터 저장 서비스 업체가 늘어나면 가격이 차츰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DNA 카드가 기존 저장 매체를 곧바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 개인이 평소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를 기록하는 데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반면 금고 비밀번호, 타임캡슐, 기업이나 정부의 기밀 자료처럼 자주 열람하지 않고 오래 보존해야 하는 데이터는 DNA로 저장할 만하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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