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조작하는 VR·AR, 소니 새 특허 보니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기는 보통 헤드셋 형태 본체와 컨트롤러로 이뤄져 있다. 헤드셋으로 가상 세계를 보고, 컨트롤러로 조작하는 방식이다. 이외 신체를 추적하는 기능이나, 트래커처럼 사용자 몸 움직임을 가상 세계에 구현하는 제품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조금 더 색다른 방법은 없을까. 최근 소니가 발로 조작하는 컨트롤러 특허를 내놨다.
소니의 VR·AR 발 컨트롤러 특허
12월 25일(현지시간) 미국 IT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Tom’sHardware)에 따르면 소니는 미국 특허청(USPTO)에 발로 조작하는 구체형 VR, AR 컨트롤러 관련 특허(공개 번호: US20230398438)를 출원했다. 소니는 해당 특허를 지난해 6월 USPTO에 제출했다. 기관에서 특허를 공개한 날짜는 지난 12월 14일이다.
발 컨트롤러는 손 대신 발로 조종하는 제품이기에 생김새부터 독특하다. 특허 속 이미지를 보면 소니가 구상한 발 컨트롤러는 사용자 발밑에 위치하며, 두 개의 커다란 구형 부품이 달려있다. 일반적인 컨트롤러가 조이스틱과 버튼을 움직인다면, 발 컨트롤러는 구체를 발로 굴리는 방식이다. 마치 PC에서 사용하는 트랙볼과 굉장히 흡사하다.
트랙볼이란 마우스와 비슷한 PC 주변 기기로, 마우스 커서를 조작하는 데 쓰인다. 트랙볼에는 커다라 구체가 하나 달려있다. 사용자가 이 구체를 굴리면 마우스 커서가 움직이는 방식이다. 마치 예전에 쓰이던 볼 마우스의 내부의 ‘볼(Ball)’을 밖으로 꺼내놓은 듯한 생김새다. 구체가 두 개라는 점만 빼면 소니 발 컨트롤러도 이와 비슷하다.
발 컨트롤러 안에는 구체를 부드럽게 굴리기 위해 여러 개의 베어링이 들어있다. 최소 3개 이상의 베어링을 넣는다는 설명이다. 독특한 건 특허 기기가 단순 컨트롤러에 국한되지 않고, 작은 컴퓨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소니는 특허에서 제품 내부에 중앙처리장치(CPU)와 램(RAM), CD롬, SSD와 같은 장치가 포함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소니는 발 컨트롤러가 PC, 휴대전화, 태블릿, 게임 콘솔 등 다양한 장치와 호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컨트롤러로 사용될 때 다양한 기기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법까지 고려한 듯하다. 최근 소니는 콘솔 플레이스테이션과 함께 사용하는 플레이스테이션 VR 2세대를 출시한 바 있다. 아마 제품이 나오더라도, 콘솔이 최우선이 될 듯하다.
두 번째는 터치식 발 컨트롤러
소니는 특허에서 트랙볼 형태 말고도 터치식 발 컨트롤러를 제안했다. 터치식 발 컨트롤러는 반원 형태며, 발을 부드럽게 쓸고 내릴 수 있도록 경사진 게 특징이다. 소니는 이같은 방식을 ‘터치패드 발 작동식 컨트롤러’라고 명명했다. 터치패드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스마트폰에 널리 쓰이고 있는 터치 기술을 접목한 발 컨트롤러다.
소니는 터치식 발 컨트롤러에 정전용량식과 감압식(저항막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전용량식은 쉽게 말해 스마트폰 터치와 같은 방식이다. 터치가 필요한 곳에 수많은 전극을 탑재하면 그 사이사이에 전하가 저장된다. 이때 신체 일부(도체)가 닿으면 정전 용량이 바뀌는데 이때 해당 부위를 터치했다고 인식한다.
감압식은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오래된 방식이다. 감압식은 터치가 필요한 곳, 예를 들어 디스플레이 위에 얇은 투명 필름을 덧댄다.. 필름 하단에는 전기가 통하는 기판 두 장이 있는데, 화면을 누르면 기판이 만나면서 전기 신호가 발생한다. 감압식은 신호가 발생한 부위를 인식한다. 과거 PDA를 얇은 스타일러스로 꾹꾹 눌러야 했던 이유다.
소니, 왜 발 컨트롤러를 구상한 걸까
VR 기기를 사용하려면 주위에 어느 정도 여유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장애물에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어서다. 이에 메타(Meta)와 같은 제조사는 현실 공간에 경계를 표시하는 기능을 지원하기도 한다. 사용자가 설정한 영역을 넘어가지 않도록 가상 경계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소니는 이 점에 주목했다.
소니는 VR과 AR은 사용자가 직접 움직이는 방식과 제자리에서 조작하는 방식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방이 좁으면 제대로 즐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후자의 경우 대부분 손으로 조작하는 컨트롤러를 사용하기에 캐릭터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지는 등 한계가 명확하다. 소니는 이러한 측면을 고려해 발 컨트롤러 특허를 제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단 소니가 해당 특허를 적용한 제품을 개발한다는 보장은 없다. 특허 출원만으로 제품 출시를 예단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소니처럼 큰 업체는 당장 활용할 계획이 없더라도 기술 선점 차원에서 특허를 내기도 한다. 또 제품 실용성도 다소 의문이다. VR 트레드밀처럼 제한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제품이 많고, 신체 추적 기능도 발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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