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퓨라 70 프로, 중국산 부품 늘었네
화웨이 스마트폰에 중국산 부품이 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5월 9일(현지시간) 화웨이가 낸드 플래시 메모리 국산화에 성공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근거는 ‘퓨라 70 프로(Pura 70 Pro)’다. 퓨라 70 프로는 지난 4월 18일(현지시간) 화웨이에서 공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다. △일반 △프로 △프로 플러스 △울트라 총 4종 구성으로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전자제품 수리 업체 아이픽스잇(iFixit)과 시장조사기관 테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퓨라 70 프로를 분해했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건 낸드 플래시 메모리. 화웨이 산하 하이실리콘(HiSilicon)에서 제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컨트롤러 등 기타 부품도 하이실리콘 제품으로 추측된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D램과 함께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 중 하나다. 휘발성 메모리인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남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중국산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주로 SK 하이닉스 제품을 사용했다. 지난해 8월에 출시된 메이트 60 프로(Mate 60 Pro)도 마찬가지였다. 하이실리콘 제품이 맞다면 중국은 국산화에 성공한 셈이다.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도 중국산으로 밝혀졌다. 로이터통신은 ‘기린 9010(Kirin 9010)’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기린 9010은 메이트 60 프로에 탑재된 기린 9000S 후속작이다.
생산은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SMIC에서 맡았다. 성능은 7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해 전작보다 개선했다고 전해진다. 외신에서는 기린 9000S 대비 싱글 코어와 멀티 코어 환경에서 각각 11%, 8.5%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출시 당시에는 5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IT 전문 매체 안드로이드어소리티(Android Authority)를 포함한 여러 외신에서는 미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아직까지는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일축했다. 이번 퓨라 70 프로 분해를 맡은 아이픽스잇 역시 7나노미터 N+2 공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메이트 60 프로 출시 이후 규제 수위를 높였다. AP로 기린 9000S를 사용한 탓이다. 기린 9000S는 기린 9010과 마찬가지로 SMIC에서 7나노미터 공정으로 생산했다. 5G 지원에도 성공했다. 당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서는 다운로드 속도는 4G 네트워크 속도를 훌쩍 넘긴 초당 500MB 이상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화웨이는 이번에도 자체생산에 성공했다. 아이픽스잇 수석 분해 기술자인 셰럼 모크타리(Shahram Mokhtari)는 ‘메이트 60 프로보다 퓨라 70 프로의 중국산 부품 비중이 늘었다’며, ‘화웨이가 자급자족으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내에서 수출 규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를 더 이상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D램은 여전히 SK 하이닉스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K 하이닉스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미국 제재 조치 이후 화웨이와의 거래는 중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이트 60 프로에도 SK 하이닉스 D램을 사용했다. SK 하이닉스는 당시에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테크인사이트를 포함한 여러 업체에서는 이전에 비축해 놓은 제품을 사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화웨이는 아직 어떠한 입장도 발표하지 않았다.
퓨라 70 시리즈는 현재 중국 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당일에는 판매 시작 1분 만에 프로와 울트라 버전이 품절됐다. 베이징, 상하이, 선진 등 화웨이 매장에서는 신제품을 사려는 고객이 수백 명이나 줄을 서는 장면도 펼쳐졌다.
화웨이 입지가 커질수록 미국 정부는 규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 7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서는 인텔과 퀄컴의 수출 면허를 취소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인텔과 퀄컴은 무역 규제에도 특별 허가를 받아 일부 제품을 화웨이에 공급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 화웨이 AI 노트북 ‘메이트북 x 프로(Matebook x Pro)’에 인텔 코어 울트라 9 CPU(중앙처리장치)를 탑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출 전면 금지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기술 개발과 공급망 구축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미 오필름, 렌즈 테크놀로지, 고어텍, BOE, 써니 옵티컬 등 다양한 공급 업체를 확보한 상태다. 당분간 화웨이는 자급자족 생산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