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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듣자]<1>음악 감상의 기본은 ‘음질 좋은 파일’ 준비부터

박진수 에디터 조회수  

※편집자주: ‘알고 듣자’ 시리즈는 음악을 더 좋은 음질로 감상하기 위해 음원, 음향기기, 디바이스를 비롯한 청음 환경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기획한 콘텐츠입니다. 평소 듣던 음악을 새로이 느껴보고 싶은 여러분께 고음질 음악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멜론, 벅스를 비롯한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를 둘러보면 요금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똑같이 음악을 듣는 조건이지만 ‘일반’과 ‘프리미엄’으로 나뉘는 걸 알 수 있는데, 프리미엄은 일반보다 요금이 더 비싼 대신 고음질 음원을 들을 수 있는 요금제다. 스트리밍 사이트에 따라 ‘FLAC’이나 ‘하이파이(Hi-Fi)’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고음질 음원은 뭐가 다를까. 평소 음악을 들으면서 음질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면 고음질 음원으로 바꿔 들어도 차이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감상 직후 기존에 듣던 음악을 다시 들어보면 소리가 밋밋하고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아 자기도 모르게 답답해지는 경우가 있다.

고음질 음원의 진가는 이런 ‘역체감’에서 온다. 고음질 음원을 감상할 땐 음질이 좋아졌는지 잘 느껴지지 않았는데, 일반 음원으로 돌아오면 음질이 나빠졌다는 게 확 와닿는다. 이 답답함을 견디지 못해 고음질 음원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사람이 많다.

음악을 더 좋은 음질로 감상하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재생 장치와 음향기기가 고음질 재생을 지원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음질이 좋은 파일을 갖춰야 한다. 파일 정보를 살펴보면 음질이 얼마나 좋은지 판단할 수 있다. 전문가 중에는 음원을 그래프로 변환한 결과로 음질을 파악하는 사람도 많다.

소리 그래프가 곡선에 가까울수록 음질 좋은 파일

소리는 공기를 통해 전해지는 진동이다 (출처 : Adobe)

소리는 일종의 ‘진동’이다. 박수를 치거나 피아노를 칠 때 소리가 나는 것은 손바닥이 공기를 밀어내고 건반에 연결된 해머가 현을 때리는 순간 진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때 만들어진 진동은 공기를 통해 우리 귀로 전달된다. 이렇게 매질을 이용해 에너지가 전달되는 현상을 ‘파동’이라 부른다. 연못 위로 돌을 던지면 사방으로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파동의 움직임을 그래프로 표현한 것이 파동 그래프다. 소리도 물론 파동 그래프로 그려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그래프의 가로축은 시간, 세로축은 소리의 크기를 나타낸다. 그래프를 보면 시간에 따른 파동의 변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자연의 소리는 ‘연속성’이 있는 아날로그 데이터다. 그렇다 보니 그래프로 그리면 부드럽게 이어진 곡선 형태로 나타난다. 반면 디지털 소리는 특정 시간에 소리가 얼마나 센지 일대일로 묶은 데이터 쌍이 모인 집합체다. 그래서 디지털 소리를 그래프로 그리면 아날로그처럼 부드러운 곡선이 아니라 뚝뚝 끊어진 점 그래프가 나타난다. 점을 계단 모양으로 이어 그리거나 막대 그래프로 바꿔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아날로그 그래프(보라색)와 디지털 소리 그래프(빨간색) 모의 이미지 (출처 : Samsung)

점 그래프가 아날로그 그래프와 비슷할수록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려면 점을 가능한 촘촘하게 찍어 곡선에 가까운 그래프가 그려지게 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점이 듬성듬성 찍혔다는 건 중간 데이터 손상으로 음질이 깨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음질이 나쁜 음원을 들을 때 지직거리는 노이즈가 함께 들리는 건 중간 데이터가 많이 손상됐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그래프를 따라 일정 간격으로 점을 찍으면서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과정을 ‘샘플링(Sampling)’이라고 표현한다. 초당 샘플링하는 횟수는 ‘샘플링 레이트(Sampling Rate)’라고 부르며 단위는 헤르츠(Hz)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샘플링 레이트가 100Hz인 소리를 점 그래프로 변환하면 1초에 점이 100개 찍혀 있는 그래프를 볼 수 있다.

샘플링 레이트가 높을수록 점이 촘촘하게 찍히면서 아날로그 소리에 가까워진다. 아날로그 그래프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점 사이가 촘촘한 디지털 소리를 고음질 음원이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점을 무한히 늘려 아날로그 그래프와 거의 일치하는 점 그래프를 만들면 음질이 깨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점 간격이 촘촘할수록 데이터양이 늘어나면서 전체 용량도 무지막지하게 커진다. 따라서 원음과 구분하기 어려우면서 용량도 적당한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원음(A)에 가까울 정도로 촘촘한 그래프는 음질이 좋은 대신 용량도 커진다 (출처 : Sony)

오랜 연구 결과 샘플링 레이트가 44,100~48,000Hz 정도일 때 음질 손실을 체감하기 어렵고 용량도 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대중적인 음원 포맷인 ‘MP3’ 파일의 샘플링 레이트가 대부분 44,100Hz나 48,000Hz인 이유는 용량과 음질 사이의 균형을 가장 잘 맞춘 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가 예민한 사람은 MP3 파일로 음악을 감상했을 때 미세한 노이즈를 체감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고음질 음원으로 바꿔 듣는 게 좋다. 대표적인 고음질 음원 포맷인 ‘FLAC’ 파일 중에는 샘플링 레이트가 96,000Hz, 192,000Hz, 384,000Hz에 달하는 것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샘플링 레이트가 높다고 무조건 고음질 음원인 건 아니다. 그래프의 세로축도 세밀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세로축은 소리의 세기, 즉 음량을 나타내며 0에 가까울수록 소리가 작고 멀수록 크다. 음량을 나누는 기준은 ‘비트(Bit)’로 표현한다.

비트가 높을수록 음량을 더 세밀하게 나눌 수 있어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내기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음원은 16비트와 24비트가 대부분이다. 16비트는 음량을 2의 16제곱인 6만 5536단계로 나누고, 24비트는 2의 24제곱인 1677만 7216단계로 나눈다. 24비트 음원의 음량이 16비트보다 256배 세밀하게 나뉘므로 한결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낼 수 있다.

비트·샘플링 레이트 높을수록 고음질 음원, 예외도 있어

원음과 MP3, 고음질 음원의 그래프 모의 도식 (출처 : Reiaudio)

정리하면 오디오 파일의 비트와 샘플링 레이트가 높을수록 그래프의 계단 현상이 줄어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들려줄 확률이 높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MP3 파일은 16비트가 대부분이며, 샘플링 레이트는 파일에 따라 44,100Hz와 48,000Hz로 나뉜다. 특별히 고음질 재생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파일이 아니므로 44,100Hz와 48,000Hz의 차이에 매달릴 필요까진 없다.

대표적인 고음질 포맷 FLAC 파일은 16·24·32비트로 나뉜다. 샘플링 레이트는 44,100Hz부터 384,000Hz까지 다양하다. 이론상 32비트 384,000Hz 파일의 음질이 가장 좋다. 정상적인 고음질 음원이라면 일반 음질 음원과 비교해 들어봤을 때 노이즈가 적고 한결 깨끗하게 들리며 소리에 입체감이 미세하게 느껴지는 등 차이를 체감하기 쉽다.

하이레졸루션 로고

샘플링 레이트와 비트가 높은 음원을 ‘하이레졸루션(Hi-Res)’이라고 부른다. 샘플링 레이트가 96,000Hz 이상인 24비트 이상 FLAC·WAV 확장자 음원은 하이레졸루션으로 인정받는다.

MP3·FLAC·WAV 외에도 음원 파일의 확장자는 다양한데, 대체로 비트와 샘플링 레이트가 높으면 고음질 파일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예외는 있다. 음원을 제작할 때 소리를 녹음하는 품질이 그만큼 좋아야 한다. 또한 음질이 한 번이라도 떨어진 파일은 비트와 샘플링 레이트를 높여 변환하더라도 고음질로 복원되지 않는다. 한때 일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일반 음원의 비트와 샘플링 레이트만 높여 판매하다 그래프를 분석한 소비자에게 덜미가 잡히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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