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구글)
구글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는 텐서(Tensor)라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사용한다. 텐서는 구글과 삼성전자가 함께 개발한 작품이다. 구글은 지난 2021년 픽셀 6 시리즈에 텐서 1세대를 처음 넣었다. 이듬해 픽셀 7 시리즈에 2세대인 텐서 G2를 탑재했다. 가장 최신 버전은 텐서 G3로, 지난해 출시한 픽셀 8 시리즈에 쓰인다.
구글과 삼성의 협력은 단순히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간 구글은 텐서 프로세서 생산을 삼성 파운드리에 위탁했다. 양사의 관계는 텐서 1세대부터 쭉 이어졌다. 텐서 1세대와 텐서 G2는 삼성 5나노 공정, 텐서 G3는 삼성 4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졌다. 올해 공개될 픽셀 9 시리즈의 텐서 G4 역시 삼성 4나노 공정이 쓰인다고 알려졌다.
구글, 텐서 G5 생산은 TSMC에 맡길 수도
(출처: 구글)
구글과 삼성의 협력이 올해가 마지막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월 25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안드로이드어쏘리티(AndroidAuthority)는 내년 출시할 픽셀 10 시리즈에 텐서 G5를 탑재할 것이며, 프로세서 생산은 TSMC에게 맡길 예정이라고 전했다. TSMC는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파운드리 업계 최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매체는 독점 입수한 문건이 명백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매체가 공개한 문건은 구글이 대만에서 인도로 특정 물품을 보낸 수출입 데이터 문건이다. 구글은 미국과 대만에 반도체 개발 팀을 보유하고 있다. 대만에서 물건을 보냈다는 건 인도로 간 물건이 반도체와 연관 있다는 얘기다. 실제 문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글은 차세대 텐서로 추정되는 제품을 보냈다.
어떤 내용 실렸길래
(출처: AndroidAuthority)
문건에서 ‘물품 설명(Description Of Goods)’에 적힌 내용을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이곳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긴 문자가 적혀있다. 문자열은 아래와 같다.
G313-09488-00 IC, SOC, LGA, A0, OTP,V1, InFO POP, NPI-OPEN,CP1/2/3 및 FT1/2 및 SLT 테스트, TSMC, 16GB SEC, BGA-1573,1.16MM
매체는 해당 문자열에 중요한 정보가 담겼다고 강조했다. 먼저 G313-09488-00은 구글 파트 번호다. IC, SoC는 제품 종류를 뜻하는데, IC는 집적회로, SoC는 시스템온칩(System On Chip)의 약자다. 즉 구글이 보낸 물건이 스마트폰의 두뇌인 AP라는 의미다. LGA는 구글이 보낸 프로세서의 코드명으로, 라구나(Laguna)의 약자로 보인다.
(출처: AndroidAuthority)
라구나는 구글이 개발 중은 완전 독자 AP라고 알려졌다. 지난해 외신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구글이 2025년 생산을 목표로 이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구글은 라구나를 올해까지 개발하려 했으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2025년으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대만에 위치한 개발팀 간 의견 충돌 때문에 계획이 늦춰졌다고 한다.
OTP, V1은 프로그래밍 가능한 일회성 데이터 버전을 지칭한다. 텐서 G3의 경우 OTP, V5 버전까지 존재한다. InFO POP는 TSMC의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나타낸다. NPI-OPEN은 New Product Introduction의 약자로 제품이 개발 초기 단계라는 점을 시사한다. CP1/2/3 & FT1/2 & SLT TEST는 프로세서가 그간 어떤 테스트를 거쳤는지를 나타낸다.
픽셀 9 예상 렌더링 (출처: onleaks / 91mobiles)
TSMC는 이름 그대로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를 의미한다. 16GB SEC는 프로세서에 삼성전자에서 생산한 16GB 패키지 온 램(RAM)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종합하면 구글이 인도로 보낸 물건은 TSMC가 자사 패키징 기술을 활용해 만든 SoC로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초기 단계 프로세서다.
참고로 구글은 프로세서를 인도 반도체 테스트 전문 업체 테솔브 세미컨덕터(Tessolve Semiconductor)라는 업체로 보냈다. 매체는 “구글이 이전에 삼성에 맡겼던 작업 중 일부를 진행하기 위해 이 업체와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칩 개발, 생산 협력 업체를 삼성에서 TSMC로 바꿨기에, 삼성이 아닌 다른 업체의 손을 빌리고 있다는 것이다.
픽셀 9 예상 렌더링 (출처: onleaks)
왜 삼성에서 TSMC로
구글은 삼성과 협력으로 빠르게 텐서 칩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텐서는 삼성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에, 이를 뛰어넘는 칩을 만들지 못했다. 실제 텐서는 엑시노스 변형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프로세서다. 매체는 “텐서는 괜찮은 프로세서였지만 발열과 효율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최근 삼성 파운드리는 TSMC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고 했다. 더 나은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만들기 위해 삼성이 아닌 TSMC를 택했다는 것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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