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믹스 S9 (출처 : Panasonic)
5월 23일(현지시간) 파나소닉이 소형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루믹스(Lumix) S9’을 발표했다. 작년 1월 출시한 영상 특화형 미러리스 카메라 ‘루믹스 S5 II’와 동급 성능을 갖추고 부피를 줄여 휴대성을 향상시킨 모델이다.
제품 크기는 작았지만, 공개 후 이어진 논란은 컸다. 파나소닉이 루믹스 S9 제품 소개 페이지에 가짜 샘플 사진을 내걸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편, 공식 행사에서 자사에 ‘쓴소리’를 했던 평론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루믹스 S9 제품 페이지 속 샘플, 알고 보니 ‘퍼온 사진’
AF 기능 설명에 셔터스톡에서 판매 중인 스톡 사진이 사용됐다 (출처 : PhotoRumors)
카메라 관련 소식을 전하는 매체 포토루머스(PhotoRumors)는 파나소닉이 루믹스 S9 제품 소개 페이지에 S9으로 촬영하지 않은 사진을 사용했다고 5월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얼타임 피사체 인식 AF 기능을 설명할 때 사용한 사진은 ‘셔터스톡(Shutterstock)’에서 판매 중인 스톡 사진으로 드러났다. 스톡 사진은 공유 플랫폼을 통해 구매·다운로드한 사진을 일컫는다.
동물 인식 기능을 설명하는 사진도 루믹스 S9과 무관하다 (출처 : PhotoRumors)
동물 인식 기능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달리는 개와 공중을 나는 새를 인식해 프레임으로 표시한 모습을 묘사했는데, 개 사진은 원본 출처가 불분명할 정도로 온라인에서 흔히 사용되는 사진으로 판명됐다. 심지어 새 사진은 루마니아에서 니콘 공식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사진작가 미르치아 베제르게아누(Mircea Bezergheanu)가 니콘 카메라와 렌즈로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여러 IT·카메라 매체뿐만 아니라 일본 TV 뉴스에서도 다룰 정도로 주목받았다. 파나소닉은 제품 기능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스톡 사진을 일부 인용했다며, 카메라 제품 페이지에 스톡 사진을 넣는 게 적합한 행위인지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문제가 된 사진에는 해당 제품으로 촬영하지 않았다고 주석을 표기했으나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논란 이후 교체된 사진조차 루믹스 S9으로 촬영한 사진이 아니다 (출처 : PetaPixel)
보도 시점에서 문제가 된 사진은 삭제되거나 다른 사진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대체된 사진조차 상위 기종인 루믹스 S1이나 S5IIX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제품 페이지가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다른 제품 페이지에서도 스톡 사진 발견돼
파나소닉의 해명 이후 포토루머스는 해당 소식을 전하는 한편 다른 제품 페이지에서도 스톡 사진이 발견됐다고 추가로 보도했다.
G100D 페이지에도 전혀 다른 장비로 촬영한 사진이 사용됐다 (출처 : 엑스 @FukuiAsobiWeb)
올해 2월 발표한 마이크로포서드 미러리스 카메라 ‘G100D’ 제품 페이지에서, 12-32mm 번들 표준 줌 렌즈로 촬영했다는 샘플 사진은 캐논 풀프레임 고해상도 DSLR ‘EOS 5DsR’와 탐론 150-600mm G2 망원 줌 렌즈를 사용해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센서 크기와 화각 모두 본문에서 소개하는 제품과 전혀 다르다. 파나소닉 40-150mm 망원 줌 렌즈로 촬영했다며 첨부한 사진도 온라인에 게시된 다른 사람의 사진으로 밝혀졌다.
매체는 카메라 제품 소개 페이지에 다른 장비로 촬영한 사진을 첨부할 경우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시에 대한 일본 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사진들은 보도 이후 제품 페이지에서 삭제됐다.
‘쓴소리 리뷰어’ 행사 참석 못 해…의도적 배제 의혹 커져
루믹스 S5 리뷰 이후 행사에 초대받지 못하고 있다는 리뷰어 제럴드 언돈
한편 파나소닉은 자사 제품을 비판한 인플루언서를 의도적으로 차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다양한 브랜드 카메라를 리뷰해 온 평론가 제럴드 언돈(Gerald Undone)은 루믹스 S5를 ‘이상한 제품’이라고 평가한 뒤 후속작인 루믹스 S5II 공개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최근 열린 루믹스 S9 공개 행사도 초대받지 못했다고 5월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밝혔다.
그는 파나소닉으로부터 ‘이번 신제품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 행사에 초대하지 않겠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신제품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도록 행사 참석자 목록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카메라 전문 매체 페타픽셀(PetaPixel)은 ‘심각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리뷰어가 비판적 사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브랜드 행사 참여를 제한하면 향후 다른 리뷰어, 공인, 언론사의 판단과 평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당 브랜드 관련 콘텐츠는 신뢰할 수 없다고 낙인찍힐 수도 있다.
파나소닉 미국지사 마케팅 담당자 션 로빈슨(Sean Robinson)은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열어 논란에 대응했다. 그는 북미 지역의 크리에이터, 유튜버, 리뷰어에게 행사 초대장을 보내는 일을 맡았다고 밝히면서, 초대 의향을 명확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는 “파나소닉은 항상 제품에 대해 솔직하고 편견 없는 피드백을 구한다”라고 덧붙였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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