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사 어도비(Adobe)가 부당한 약관을 강요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6월 5일(현지시간) 미국 커뮤니티 레딧(Reddit)과 SNS 엑스(구 트위터)에는 어도비 프로그램을 실행했더니 변경된 약관에 동의하라는 팝업이 나타났다는 사용자가 부쩍 늘었다. 팝업에는 어도비 일반 사용 약관이 일부 개정됐으며,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려면 약관에 동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바뀐 약관, 콘텐츠 감시 논란 불러일으켜
어도비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나타나는 팝업 (출처 : 엑스 @That_GuyMike)
변경된 약관 조항은 3가지다. △어도비가 자동 또는 수동으로 사용자가 만든 콘텐츠를 조회할 수 있으며 △장기간 로그인하지 않은 비활성 계정을 제거하거나 해당 계정에 저장된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고 △어도비에 이의나 분쟁 신청을 할 경우 법적 조치를 개시하기 전까지 유예 기간이 60일에서 30일로 줄었다.
소식이 전해지자 어도비 프로그램 사용자 사이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바뀐 약관 중 첫 번째 조항이 어도비가 사용자나 콘텐츠를 감시할 수 있다는 내용처럼 느껴진다는 이유에서다.
어도비가 콘텐츠를 열람할 뿐만 아니라 해당 콘텐츠를 인공지능(AI) 모델 훈련에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변경된 약관에 AI 훈련을 언급한 부분은 없었지만, 불안에 빠진 사용자뿐만 아니라 여러 외신까지 해당 주장을 인용해 소식을 보도하면서 어도비가 콘텐츠를 무단으로 AI 훈련에 사용한다는 루머가 퍼졌다.
개정된 약관은 이미 올해 2월 17일부터 적용됐다. 그러나 많은 사용자가 약관이 변경된 사실을 몰랐다며 해당 조항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표했다. 그러나 팝업이 나타난 뒤 개정된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프로그램이 강제로 종료돼 “약관을 강요한다”라며 불만을 표하는 사용자가 점차 늘었다.
어도비, “불법 콘텐츠 식별 위해 약관 개정” 해명
콘텐츠 검토와 관련된 약관이 개정된 내역 (출처 : Adobe)
결국 어도비는 이틀 만에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해명했다. 어도비는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으로 콘텐츠 검토 과정이 달라지면서 일부 약관을 보다 명확하게 고쳐 썼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약관이 변경된 내역을 보면 어도비는 이전에도 사용자 콘텐츠에 접근할 권한이 있었다. 기존 조항에서는 ‘제한된 방법으로 사용자 콘텐츠에 접근한다’라고 표기했으나, 개정된 조항에서는 ‘제한된 방법에 따라 자동 또는 수동으로 사용자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라고 좀 더 상세히 표기했다. 콘텐츠 관련 조항에서도 불법 콘텐츠를 탐지하는 수단에 ‘수동 검토(manual review)’가 추가됐다.
어도비는 자사 서버를 통해 처리하거나 저장하는 콘텐츠 중 아동 성적 학대 자료(CSAM)나 스팸·피싱용 이미지 같은 불법 콘텐츠가 있는지 검토하는 데 인력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약관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자동화된 프로그램이 콘텐츠를 검토했지만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사람이 직접 검토하는 과정을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불법 콘텐츠 식별에 인력을 투입한 바 있다.
어도비는 사용자가 자사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콘텐츠의 소유권을 탈취하지 않으며, 콘텐츠를 무단으로 AI 훈련에 사용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어도비가 AI 모델을 훈련할 때 사용하는 데이터는 어도비 이미지 공유 플랫폼 ‘스톡(Stock)’에 게시한 자료나 저작권이 없는 공개 자료로 만든다고 덧붙였다.
첫 논란은 종식됐지만…’수동 검토’ 조항 보완 필요해
약관 개정으로 기밀성이 요구되는 이미지를 어도비가 열람할 가능성이 생겼다
어도비의 해명으로 사용자 콘텐츠가 AI 모델 훈련에 사용된다는 의혹은 풀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어도비의 약관에 불만을 표했다.
약관에 따르면 어도비는 자사 서버를 거치는 콘텐츠를 열람할 수 있다. 뉴럴 필터를 비롯한 네트워크 기반 기능을 이용하는 경우, 어도비 클라우드에 이미지를 저장하는 경우, 어도비 스톡 서비스에 이미지를 제공하는 경우 열람 대상에 포함된다. 오프라인으로 편집하고 있는 이미지까지 어도비가 들여다보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체와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고 이미지를 제작하는 사용자는 “기밀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출시 예정 제품의 홍보 포스터와 배너를 미리 제작하면, 어도비 관계자가 이미지를 수동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신제품 정보를 미리 알거나 유출할 가능성이 있다.
기밀성이 요구되는 이미지를 오프라인으로 제작하면 어도비에서 열람할 수 없으므로 유출 가능성이 낮아진다. 그러나 기업 의뢰를 받아 이미지를 제작하는 사람 중에는 어도비 클라우드를 통해 작업물을 담당자와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는 사례가 많다. 이 경우 해당 이미지는 약관상 어도비가 볼 수 있는 범주에 해당하므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불법 콘텐츠를 근절하려는 의도는 좋지만, 비공개 자료를 제작하는 사용자도 안심하고 어도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끔 개정된 약관을 한 차례 더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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