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S 3.9mm f/3.5 STM 듀얼 피쉬아이 렌즈 (출처 : Canon)
6월 10일(현지시간) 캐논이 가상현실(VR) 콘텐츠 촬영용 ‘듀얼 렌즈’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번에 발표한 제품은 ‘RF-S 3.9mm f/3.5 STM 듀얼 피쉬아이’로, 주변부까지 폭넓게 촬영해야 하는 VR 특성에 맞춰 광각 렌즈를 2개 탑재한 특수 렌즈다.
VR 촬영에 사용하는 렌즈다 보니 일반 렌즈와 외관이 크게 다르다. 전면이 양옆으로 긴 타원 모양이며 화각이 144˚인 광각 렌즈가 2개 탑재됐다. 렌즈 사이 거리는 60mm로 인간의 평균 동공 간 거리(IPD)와 동일하다. 즉, 이 렌즈로 촬영한 VR 콘텐츠를 시청하면 실제 눈으로 보는 것에 가까운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렌즈 후면에 탑재된 필터 홀더 (출처 : Canon)
전면이 좌우로 길쭉한 구조라 일반 렌즈용 필터 장착은 불가능하다. 대신 후면에 30.5mm 규격 필터를 장착하는 홀더가 내장돼 ND·CPL 등 기능성 필터를 활용할 수 있다. 마운트 부근에는 감도(ISO)·노출·셔터속도를 조절하는 컨트롤 링이 탑재됐다.
길이는 54.6mm, 무게는 290g에 불과해 휴대성이 우수한 렌즈다. 캐논은 손으로 들고 촬영할 때뿐만 아니라 카메라를 짐벌이나 삼각대에 장착한 상태로도 VR 촬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2021년 출시한 렌즈와 차이는? 풀프레임 vs 크롭바디
RF 5.2mm f/2.8L 듀얼 피쉬아이 렌즈 (출처 : Canon)
캐논은 이미 2021년에 RF 5.2mm f/2.8L 듀얼 피쉬아이 렌즈를 출시한 바 있다. 캐논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EOS R5’와 ‘EOS R5C’에 호환되는 VR 촬영 전용 렌즈다.
5.2mm 렌즈는 화각이 180˚에 달해 매우 넓은 영역을 촬영할 수 있으며, EOS R5 시리즈에 장착하면 최대 8K V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고성능 렌즈다. 하지만 그만큼 가격이 비싸 VR 촬영 입문용 장비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출시 당시 가격은 렌즈만 2699달러(약 371만 7000원)였으며, 호환 바디는 EOS R5가 3899달러(약 537만 1200원), EOS R5C는 4499달러(약 619만 7000원)로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짐벌·조명 같은 주변기기를 제외해도 천만 원 가까이 필요하다.
이번에 공개한 3.9mm 렌즈는 캐논 APS-C(크롭바디) 미러리스 카메라 ‘EOS R7’ 전용으로 개발됐다. 렌즈 가격은 1099달러(약 151만 3800원), 바디는 1499달러(약 206만 4700원)로 앞서 출시한 듀얼 렌즈의 3분의 1 정도의 비용으로 VR 콘텐츠를 촬영할 수 있다. 초기 투자 비용이 감소하는 만큼 보다 많은 소비자가 VR 촬영에 입문하기 쉬워질 전망이다. 그 대신 촬영 가능한 VR 콘텐츠 해상도가 최대 4K로 제한되며, 화각도 5.2mm 렌즈보다 좁다. 조리개도 약간 어두워 저조도 환경에서 감도가 크게 올라가고 화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캐논 APS-C 미러리스 카메라 (출처 : Canon)
캐논 APS-C 미러리스 카메라 라인업에는 EOS R10·R50·R100 등 EOS R7보다 저렴한 제품이 많다. 캐논은 EOS R7만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3.9mm 렌즈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위 모델은 이미지 센서 해상도가 낮아 VR 콘텐츠 촬영에 부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EOS R7의 해상도는 3250만 화소로 4K VR 촬영 조건을 충족하지만 하위 모델인 EOS R10·R50은 2420만 화소, EOS R100은 2410만 화소로 고해상도 VR 촬영이 불가능하다.
캐논 듀얼 렌즈, 비전 프로용 공간 비디오 정식 지원한다
한편 애플은 최근 WWDC 2024에서 캐논 VR 촬영 시스템이 자사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정식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존 듀얼 렌즈뿐만 아니라 이번에 발표한 3.9mm 렌즈로도 비전 프로에 최적화된 공간 비디오를 촬영할 수 있다. 촬영한 콘텐츠는 운영체제를 ‘비전 OS 2’로 업데이트한 비전 프로로 시청 가능하다.
RF-S 7.8mm f/4 STM VR렌즈 (출처 : Apple,Canon)
애플은 비전 OS 2를 발표하면서 캐논이 출시할 예정인 듀얼 렌즈를 한 가지 더 소개했다. ‘RF-S 7.8mm f/4 STM’라는 렌즈로, 3.9mm 렌즈와 마찬가지로 EOS R7에 호환된다. 3.9mm 렌즈와 달리 외관은 일반 렌즈에 가까운 원통형 구조를 채택했다. 경통 가운데에 작은 광각 렌즈가 2개 내장된 형태다.
7.8mm 렌즈도 비전 프로에 최적화된 공간 오디오를 촬영할 수 있다. 하지만 렌즈 간격이 인간의 동공 간 거리보다 짧은 데다 화각도 훨씬 좁아 몰입도는 비교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3.9mm 렌즈는 이달 중으로, 7.8mm 렌즈는 올해 안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7.8mm 렌즈의 가격과 세부 사양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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