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Nikon)
6월 13일(현지시간) 카메라 전문 매체 페타픽셀(PetaPixel)은 일본 광학기기 제조사 니콘(Nikon)이 미국에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런칭했다고 보도했다.
매뉴얼 읽고 부품·도구 구입…일부 제품은 벌써 품절돼
공식 홈페이지에 안내된 내용에 따르면, 소비자가 제품을 자가 수리하려면 ①미국 니콘 홈페이지에 신설된 셀프 서비스 수리 페이지에서 고치고자 하는 제품 매뉴얼을 다운로드해 읽고 ②어떤 부품과 수리 도구가 필요한지 매뉴얼을 보고 결정한 다음 ③신설된 니콘 부품(parts) 홈페이지에서 교체용 부품과 도구를 구입해 수리하면 된다.
렌즈 부품 조립 매뉴얼 (출처 : Nikon)
카메라와 렌즈는 광학 기기다 보니 수많은 부품이 정교하게 맞물려 있고 부품 크기도 대체로 작은 편이다. 고장 난 부분에 어떤 부품이 들어있는지 겉으로 봐서는 파악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니콘은 제품 서비스 매뉴얼에 부품 번호를 표기해 소비자가 어떤 부품이 필요한지 알아보거나 메모하기 쉽게 만들었다.
부품 홈페이지에서는 제품에 사용하는 각종 부품과 수리에 필요한 도구를 검색해 찾을 수 있다. 필요한 부품과 도구를 장바구니에 담은 다음 한꺼번에 결제하는 구조다. 단, 부품과 도구의 이미지나 사진이 제공되지 않고 이름이 같은 부품도 많아 헷갈릴 소지가 다분하다.
일부 부품·도구는 이미 품절됐다 (출처 : Nikon)
니콘이 판매하는 도구는 렌즈 클리닝 스틱과 윤활유 몇 종류뿐이다. 드라이버, 초크, 히팅건처럼 전자기기를 분해할 때 도움 되는 도구는 판매하지 않는다. 이런 도구가 필요하다면 아이픽스잇(iFixit)을 비롯한 사설 수리 업체를 통해 구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도 시점에서 일부 윤활유는 이미 품절된 상태며, 다른 도구와 부품 중에도 품절이 임박해 ‘재고 한정’ 표시가 붙은 상품도 여럿 발견됐다. 페타픽셀은 품절된 도구나 부품의 재고가 언제 보충될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지원 제품 렌즈 1종, 파인더 2종뿐…구색 맞추기용 프로그램일까
자가 수리할 수 있는 제품은 총 3개 모델뿐이다 (출처 : Nikon)
아쉽게도 니콘에서 자가 수리가 가능한 제품은 전무한 수준이다. 카메라 바디는 하나도 없고, 렌즈도 Z 마운트 28-400mm f/4-8 VR 한 종류만 자가 수리할 수 있다. 이외에 자가 수리를 지원하는 제품은 골프에 사용되는 레이저 레인지 파인더 ‘쿨샷(COOLSHOT)’ 시리즈 2종뿐이다.
카메라를 사용하다 보면 바디에 내장된 이미지 센서, 셔터막, 손떨림보정 모듈이 비교적 자주 고장 나는데 이런 부품은 아직 자가 교체할 방법이 없다. 향후 자가 수리를 지원하는 제품이 추가되면 니콘 부품 홈페이지에서도 더 많은 부품과 도구를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페타픽셀은 다른 렌즈나 카메라도 자가 수리를 지원할 계획이 있는지 니콘에 문의했으나 답변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한 매체는 니콘이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런칭한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국에만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런칭한 점으로 보아 미국 시장에서 자가 수리권을 보장한다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마련한 정책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2021년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소비자 수리 권리를 인정한 뒤 뉴욕과 캘리포니아 주를 중심으로 기업이 제품 수리에 필요한 도구·부품·지침을 제공토록 하는 수리권을 법적으로 인정했다.
자가 수리 리스크 커…보증 기간 안에는 가급적 A/S 이용해야
당연한 이야기지만,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수리하다 보면 제대로 고쳐지지 않거나 제품이 아예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수리 과정에서 도구를 잘못 사용해 다칠 우려도 있다. 니콘은 자가 수리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사례에 대비한 면책 조항을 홈페이지에 명시했다.
니콘이 승인하지 않은 수리업체나 소비자가 제품을 고치다 고장 나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으며, 향후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수리가 불가능하거나 비용이 추가 청구될 수 있다고 고지했다. 즉, 자가 수리를 시도한 순간 니콘 공식 서비스를 통한 무상 수리를 받을 길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수리 지침을 따르지 않거나 적절한 부품·도구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제품이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니콘은 이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통상 조항도 덧붙였다.
한편 니콘은 자가 수리를 돕거나 마무리하는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알렸다. 자가 수리 도중 조립에 난항을 겪은 소비자가 서비스센터에 방문하는 사례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공지로 해석된다. 니콘은 제품에 보증 기한이 남았다면 가급적 고객 지원 서비스를 통해 수리하라고 권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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