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어도비)
미국 법무부(DOJ)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6월 17일(현지시간)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Adobe)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어도비는 지난 2012년부터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미어 프로, 라이트룸 등 자사 소프트웨어를 구독형 상품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사용자는 월간 또는 연간 요금제 중 선택해 일정 기간마다 구독료를 지불해야 한다.
(출처: 어도비)
구독 방식인 만큼 사용자는 언제든 구독을 취소할 수 있는데, 미 법무부는 자사 소프트웨어 구독을 취소하기 어렵게 만들어 수익을 올려왔다는 이유로 어도비를 고소했다.
어도비 구독 취소는 상당히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홈페이지에서 직접 구독을 취소할 수 있지만,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어도비 지원 센터에 접속해야 정확한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구독 취소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터넷을 보면 플랜에 구독 정보가 뜨지 않는다거나 플랜 취소를 누르면 오류가 발생한다는 후기가 허다하다. 답답한 마음에 고객센터에 전화해도 받지 않거나 실시간 채팅이 끊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구독을 취소해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미 법무부는 고객센터를 통해 구독을 취소했는데도 계속해서 요금이 청구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 몇 달이 지나서야 사용자가 계좌 내역을 확인하고 알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구독 취소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결제 후 14일 이내로 취소하면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지만, 14일 이후에는 ①연간 약정에 따라 이미 지불한 요금과 월간 구독 및 사용 기간에 대한 월정액 구독 요금 차액과 ②연간 약정 요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 일시불로 청구된다.
연간 약정(선불 결제)으로 구독한 포토샵을 3개월 만에 구독 취소했다고 가정해 보자. 한국 기준으로 포토샵 연간 약정(선불 결제) 요금은 35만 6,400원이다. 12개월로 나누면, 월 2만 9,700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월간 구독 4만 6,200원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1년을 채우지 못할 경우 어도비는 차액을 청구하고 있다. 연간 약정으로 3개월간 이용한 금액은 8만 9,100원(29700 x 3), 월간 구독 금액은 13만 8,600원(46200 x 3)이므로 차액 4만 9,500원을 거둬간다. 여기에 연간 약정 요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액 3만 5,640원도 청구되기 때문에 총 8만 5,140원을 지불해야 한다.
미 법무부는 수수료가 과도하게 비싸다는 입장이다. 미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요금 차액에 연간 약정 요금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더하기 때문에 한국보다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가 더 많다.
게다가 어도비는 수수료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상태다. 어도비는 홈페이지에 구독료만 굵고 진한 글씨로 표시해 놓았다. 구독 취소 수수료가 얼마인지는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결제 창으로 넘어가야 작은 글씨로 쓰여 있는 약관이 보인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도 정확한 수수료는 알기 어렵다. 링크는 사용자가 직접 클릭해야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확인하지 않아도 결제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미 법무부는 ‘대부분 사용자가 링크를 클릭해 약관을 읽어보지 않는다는 걸 어도비가 이미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수료가 없는 것처럼 유인해 놓고 추후 비싸게 청구하는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출처: AP통신)
FTC 소비자 보호국 국장 사무엘 레빈(Samuel Levine)은 공식 성명을 통해 ‘구독을 취소하기 어려운 어도비 시스템에 지쳤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와 FTC는 현재 어도비 디지털 시장 진출 및 판매 담당 수석 부사장 마네더 소니(Maninder Sawhney)와 디지털 미디어 사업부 사장인 데이비드 와드와니(David Wadhwani)를 고소한 상태다. 어도비의 관행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권한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어도비는 IT 전문 매체 더 버지(The Verge)를 포함한 해외 매체의 논평을 거부한 상태다. 어도비 법무 자문위원 다나 라오(Dana Rao)를 통해 ‘우리는 이용 약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취소 절차를 간단히 진행한다’며, ‘법정에서 FTC 주장에 반박하겠다’고만 밝혔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하영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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