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능을 자체 구동하는 코파일럿+ PC (출처 : Microsoft)
6월 18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코파일럿+ PC’가 여럿 출시됐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프로와 서피스 랩탑, 삼성전자 갤럭시 북4 엣지, 델 XPS 13, 레노버 요가 슬림 7x이 있다.
코파일럿+ PC는 이미지 생성·편집 기능 ‘코크리에이터(Cocreator)’, 오디오를 실시간으로 번역해 자막을 생성하는 ‘라이브 캡션(Live Caption)’ 같은 AI 기반 기능을 지원한다. 기존 PC에는 없던 기능이다. 게다가 일부 프로그램에 탑재된 AI 기능을 네트워크 연결 없이 실행할 수 있다. 프로세서에 AI 연산 작업을 수행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된 덕이다.
AI 기능을 자주 사용한다면 코파일럿+ PC 구매를 고려해 볼 만하다. 그러나 AI 기능만 보고 구매하면 자칫 후회할 가능성도 있다. 일반 PC에서는 제대로 실행되던 프로그램이 코파일럿+ PC에서는 구동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ARM64 기반 프로세서, 윈도우용 소프트웨어 호환성 떨어져
스냅드래곤 X 엘리트 프로세서를 탑재한 코파일럿+ PC (출처 : Qualcomm)
이번에 출시된 코파일럿+ PC에는 공통으로 퀄컴 스냅드래곤 X 시리즈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고사양 제품은 스냅드래곤 X 엘리트를, 보급형 제품은 스냅드래곤 X 플러스를 사용한다. 두 프로세서는 모두 ARM64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오랫동안 윈도우 PC에는 x86·x64 아키텍처 기반 인텔·AMD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윈도우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개발사도 자사 프로그램을 x86·x64 아키텍처에 최적화했다. 그런데 아키텍처가 다르면 구동 방식도 달라 프로그램이 실행되지 않는다. x86·x64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 ARM64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가 탑재된 코파일럿+ PC에 호환되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문서 작업이나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프로그램은 호환성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코파일럿+ PC를 공개하면서 MS 365, 크롬, 줌, 다빈치 리졸브를 비롯한 여러 생산성 프로그램이 ARM64 아키텍처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한 x86·x64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프로그램도 프리즘(Prism) 에뮬레이터를 통해 코파일럿+ PC에서 구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에뮬레이터로 구동하면 성능이 이전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게임을 에뮬레이터로 구동하면 성능 저하가 체감돼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과연 코파일럿+ PC로는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제대로 구동할 수 있을까.
게임 테스트 결과 그래픽 성능 ‘기대 미만’ 혹평
에이수스 비보북 S 15 (출처 : ASUS)
코파일럿+ PC가 출시되자 여러 매체와 테크 인플루언서가 성능을 측정했다. 노트북체크, 윈도우센트럴 등의 매체와 Dave2D, 매튜 모니즈, 테크태블릿을 비롯한 테크 유튜버는 대만 컴퓨터 제조사 에이수스(ASUS)가 출시한 코파일럿+ PC ‘비보북 S 15’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 결과를 취합해 보도한 그래픽카드 및 게임 전문 매체 비디오카즈(Videocardz)는 비보북 S 15가 에뮬레이터 환경에서도 프로그램 구동 성능이 우수하고 배터리도 충분히 오래 지속되는 편이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스냅드래곤 X 프로세서에 탑재된 아드레노(Adreno) GPU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그래픽 성능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요 게임 테스트 결과(왼쪽), 일부 게임은 실행조차 불가능했다(오른쪽) (출처 : Dave2D,Matthew Moniz)
테크 유튜버 ‘Dave2D’가 진행한 게임 성능 테스트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인기 게임을 제대로 구동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상도를 1080P로, 그래픽 품질을 ‘낮음’으로 설정했을 때 성능은 사이버펑크 2077 34fps, 발더스 게이트 3 35fps, 팰월드 39fps, 헬다이버즈2 41fps로 측정됐다. 비교적 요구 사양이 낮은 오버워치2는 83fps를 기록했다.
게임 성능이 60fps 이하로 떨어지면 화면이 뚝뚝 끊겨 보이는 게 체감된다. 테스트에 사용된 게임 중에서는 오버워치2를 제외하고 정상적으로 플레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해상도나 그래픽 품질을 높이기도 요원하다.
컴퓨터 전문 매체 윈도우센트럴(Windows Central)은 게임 성능이 전반적으로 저조하며 일부 게임에서 화면이 제대로 렌더링되지 않는 그래픽 오류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포트나이트를 비롯한 몇몇 게임은 미지원 CPU라는 팝업이 뜨면서 실행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코파일럿+ PC 미호환 목록 공개, 금융·유틸·게임 제약 많아
코파일럿+ PC ‘갤럭시 북4 엣지’를 출시한 삼성전자는 호환성 안내 페이지를 개설했다. 페이지 내 공지에 따르면 갤럭시 북4 엣지에 탑재된 운영체제는 스냅드래곤 모바일 플랫폼에 최적화돼, 일부 웹사이트·프로그램·프린터 사용이 불가능하다.
코파일럿+ PC에서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웹사이트·프로그램 목록 (출처 : Samsung)
보도 시점에서 코파일럿+ PC는 △경남은행 △우리카드 △현대해상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DB금융투자 △우리은행 △NH농협손해보험 등의 금융 계열 웹사이트와 호환되지 않아, 해당 사이트를 통한 인터넷 뱅킹이나 주식 거래가 불가능하다. 또한 △어베스트 △카스퍼스키 △알약 같은 보안 프로그램과 △구글 드라이브 △네이버 마이박스 △블루스택 △녹스플레이어 △구글 플레이게임 △캐논·엡손 프린터 및 팩스 프로그램 같은 유틸리티도 실행할 수 없다.
게임 중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FC 온라인 △배틀그라운드 △서든어택 △발로란트 △구스구스덕 △포트나이트 △에이펙스 레전드 △리니지M △테일즈런너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3 △언차티드 등 수많은 인기 게임이 코파일럿+ PC에 호환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나같이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게임인 만큼, 게임 목적으로 코파일럿+ PC를 구매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볼 수 있다.
호환성 안내 페이지에 게시된 미호환 프로그램 목록은 삼성전자가 자체 테스트를 거쳐 확인한 결과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삼성전자가 테스트하지 않은 웹사이트·프로그램·게임 중에도 호환되지 않는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호환성 문제가 확인되면 개발사 고객 센터에 문의하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출시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거나 개발사의 역량이 부족한 경우 업데이트는 기대하기 어렵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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