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클라우드 엑박 ‘키스톤’, 이런 기기였다
지난 2022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코드명 키스톤(Keystone)이라는 기기를 개발 중인 정황이 포착됐다. 키스톤은 클라우드 게임과 미디어 스트리밍을 지원하는 소형 엑스박스 콘솔로 알려졌다. 당시 회사가 이례적으로 키스톤 개발 사실을 인정하면서, 제품 출시는 머지않아 보였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돌연 키스톤 개발을 포기했다.
키스톤 개발 폐기는 새로운 유형의 엑스박스 제품군을 기다리던 게이머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게이머들에게 잊혔던 키스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원한 디자인 특허에서 키스톤의 모습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키스톤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실물이 공개되지 않았다. 키스톤은 어떤 형태일까.
디자인 특허로 본 키스톤
6월 27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원한 디자인 특허에 키스톤 모습이 담겨있다고 전했다. 특허 제목은 ‘전자 콘솔(Electronic Console)’로, 회사가 구상한 새로운 콘솔 형태를 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해당 특허를 지난 2022년 6월 출원했다. 특허가 공개된 날짜는 지난해 12월 26일로, 다른 특허에 비해 발견이 늦었다.
특허 도면을 보면, 키스톤은 엑스박스 시리즈 S와 비슷하다. 엑스박스 시리즈 S를 작게 축약한 듯한 디자인이다. 본체는 정사각형 박스 형태며, 상판에는 큰 원 모양 부품이 부착돼 있다. 하판에도 동일한 원 모양 부품이 있는데, 상판과 달리 아래로 튀어나와 있다. 왜 하단 원형 부품만 아래로 볼록 나와 있는지 의문이다. 디자인 특허라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
제품 전면에는 엑스박스 로고와 용도가 불분명한 사각형 단자가 있다. 후면에는 인터넷 연결에 필요한 이더넷 단자, HDMI 단자와 전원 케이블을 꽂는 단자가 위치한다. 제품 우측면에는 컨트롤러 페어링용 버튼이 있다. 다른 도면을 보면 하단과 측면 일부에 수많은 구멍이 나있다. 기기 작동에서 발생하는 열을 방출하는 용도로 추정된다.
특허 속 기기가 키스톤이 확실한 이유
지난 2022년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게임 총괄 필 스펜서(Phil Spencer)는 본인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사진 한 장을 업로드했다. 폴아웃 25주년을 기념으로 올린 이미지였다. 게이머들은 선반 맨 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올려져 있던 흰 기기를 주목했다. 당시에는 키스톤 출시가 점쳐지던 시기였기에, 많은 게이머들이 해당 기기가 키스톤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인정했다. 회사는 스펜서가 공개한 사진 구석에 있는 기기가 오래된 키스톤 시제품이며, 게이머들에게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재차 회사가 키스톤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사진 속 키스톤 시제품은 전면만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특허 도면으로 나타난 콘솔 전면과 판박이다. 좌측에 엑스박스 로고가 있고, 우측 모서리에는 용도가 불확실한 단자 모양 부품이 탑재돼 있다. 다른 엑스박스 콘솔일 가능성은 없다. 사진 속 키스톤 시제품은 딱 IPTV 셋톱박스 크기다. 클라우드 게임 전용 기기이기에 부피가 클 이유가 없다.
더 이상 키스톤은 없다
한때 큰 주목을 받았던 클라우드 콘솔 키스톤은 실패한 기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식적으로 개발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시제품 사진 유출 2주 뒤, 키스톤 개발을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다. 개발 중단 소식을 전한 것도 엑스박스 수장 필 스펜서다. 그는 외신과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하기로 결정하면서, 키스톤 개발 방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시기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엑스박스 앱을 삼성전자 TV에 제공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키스톤은 소프트웨어 형태로 스마트TV 안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이 편이 더 합리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키스톤은 TV와 같은 화면 출력 기기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클라우드 게임 콘솔이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키스톤을 포기한 결정적인 이유는 그 뒤에 밝혀졌다. 가격이 문제였다. 필 스펜서는 더 버지와 인터뷰에서 키스톤 출시 가격을 계산해 보니, 예상보다 높았다고 전했다. 당초 회사는 99~129달러 선에 출시하고 싶었지만, 컨트롤러 등 주변 기기 비용을 더하면 총 구매 가격이 일반 콘솔에 버금갈 만큼 비싸졌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언젠가 키스톤과 비슷한 기기를 만들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듯하다. 현재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다양한 기기에서 즐길 수 있다. 이를 지원하는 휴대용 콘솔까지 나온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뒤늦게 키스톤을 출시하더라도 설 자리가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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