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 SE (출처: 애플)
애플은 되도록 모바일 기기에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다. 플라스틱은 애플이 구축한 프리미엄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고,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아이폰, 애플워치를 보자. 플라스틱을 찾아보기 어렵다. 기본 제품은 하우징 소재가 알루미늄, 고급형은 조금 무겁지만 세련된 스테인리스 스틸이다. 최고 라인업 제품에는 값비싼 티타늄이 쓰이기도 한다.
애플의 행보는 타사 제품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초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플라스틱을 많이 썼다. 플라스틱 소재 하우징을 사용하는 플래그십 모델도 많았다.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 애플처럼 금속 소재가 기본, 최소 알루미늄이다. 그런데 최근 믿기 어려운 소식이 들려왔다. 소재 고급화를 이끈 애플이 플라스틱을 눈여겨 보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 애플워치 SE 플라스틱 사용 검토”
애플워치 SE (출처: 애플)
7월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Bloomberg) 통신 애플 전문 기자 마크 거먼(Mark Gurman)은 파워온 뉴스레터에서 애플이 차세대 애플워치 SE 하우징 재질로 플라스틱 사용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거먼 기자는 “애플이 애플 워치 SE 모델의 새로운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며 “회사는 기존 알루미늄 하우징을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바꾸는 방법을 테스트했다”고 전했다.
애플워치 SE는 지난 2020년 애플이 처음 선보인 보급형 스마트워치다. 2022년 2세대 모델이 나왔고, 이르면 올해 3세대 제품이 출시될 전망이다. 현재 애플워치 SE 1세대와 2세대 모델 하우징은 모두 100% 재활용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다. 후면은 나일론 복합 소재며, 디스플레이는 이온-X(Ion-X) 글래스로 보호한다.
갤럭시 워치 SE 견제?
애플이 애플워치 SE 소재 변경을 고민하는 원인으로 갤럭시 워치 SE가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자사 최초 보급형 스마트워치 갤럭시 워치 SE를 깜짝 발표했다. 이는 갤럭시 워치 4를 기반으로 만든 최신 보급형 모델이다. 갤럭시 워치 SE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다. 달러 기준 출시 가격이 199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애플워치 SE에 비해 50달러나 저렴한 것이다.
갤럭시 워치 FE (출처: 삼성전자)
단 이런 이유만으로 애플이 플라스틱 하우징 고민 중이라는 추측은 다소 의아하다. 갤럭시 워치는 항상 동급 애플워치 라인업 대비 100달러 저렴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애플워치 기본 모델은 399달러부터, 갤럭시 워치 기본 모델은 299달러부터 시작한다. 애플워치 울트라는 799달러에 출시됐고, 삼성전자가 곧 선보일 갤럭시 워치 울트라는 699달러라고 알려졌다.
만약 애플이 단순 가격 경쟁력을 위해 애플워치 SE 소재 변경을 염두 중이라면, 다른 모델도 살펴보는 게 마땅하다는 얘기다. 애플워치는 동일 체급 갤럭시 워치에 비해 비싸니 말이다.
그럼에도 소재가 바뀐다면
소재 변경으로 인한 장점을 굳이 꼽자면, 애플워치 라인업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워치 SE는 외형과 소재가 기본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애플워치 기본 모델 역시 비슷한 디자인에 재활용 알루미늄 하우징, 이온-X 글래스를 사용한다. 스테인리스 소재를 선택하면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바뀌지만, 알루미늄 모델과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
애플워치 SE 소재가 달라지면 보급형 제품은 플라스틱, 기본 모델은 알루미늄·스테인리스, 고급 모델(울트라)은 티타늄으로 소재에 따라 확실하게 라인업을 나눌 수 있다.
(출처: 애플)
아이폰 5C 전례 기억해야
그러나 애플은 아이폰 5C 사례를 잊으면 안 된다. 아이폰 5C는 지난 2013년 애플이 선보인 제품으로, 아이폰 5 하우징을 폴리카보네이트 소재 플라스틱으로 교체한 모델이다. 당시 애플은 다채로운 색깔을 앞세웠지만, 잘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사용자들은 플라스틱 소재에 불만을 제기했다. 금속에 비해 긁히기 쉽고, 충격에 약하며 저렴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애플은 원가 절감을 위해 아이폰 5C를 출시했다. 중저가 스마트폰이 우후죽순 나오던 시기에, 나름 생산 단가를 낮춘 저렴한 아이폰을 선보인 것이다. 그러나 플라스틱 아이폰 5C는 애플 이미지에 맞지 않는 제품이었고, 보급형도 플래그십도 아닌 애매한 라인업에 위치했다.
아이폰 5C (출처: 애플)
결국 사용자들의 호응을 받지 못한 아이폰 5C는 그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 뒤로 애플은 플라스틱을 사용한 아이폰을 만들지 않았다.
애플이 플라스틱 소재를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뒤에 나온 것이다. 애플이 플라스틱 애플워치 SE를 출시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할지, 다른 해결 방안을 강구했을지 주목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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