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자체 통신칩 개발 ‘길게 본다’

박진수 에디터 2024.08.23 조회수

(출처:Bloomberg)

애플의 자체 모뎀 칩이 나왔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기존 계획과 달리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8월 18일(현지시간) 애플 소식에 정통한 마크 거먼(Mark Gurman) 블룸버그통신 기자는 애플이 자체 모뎀 칩으로의 전환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기적으로 관점으로 볼 때 자체 모뎀 칩 개발은 큰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마크 거먼은 애플이 여전히 자체 모뎀 칩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수십억 달러 상당의 비용은 물론 수천 명의 엔지니어와 수백만 시간의 노동 시간을 해당 프로젝트에 배정했다고 전했다. 현재 자체 모뎀 칩은 아이패드와 맥에 들어가는 M 시리즈 칩을 만드는 팀에서 개발 중이다.

퀄컴 의존도 줄이려는 애플

애플은 퀄컴으로부터 모뎀 칩을 공급받아 왔다. 그런데 2017년 애플 측에서 퀄컴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과도한 로열티를 부과했다며 소송전에 돌입했다. 퀄컴은 애플이 특허료 지급 계약을 위반했다며 애플을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했다.

2년 간의 분쟁은 퀄컴의 승리로 끝나고 만다. 애플은 퀄컴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모뎀 칩을 다시 공급받는 데 합의한다. 그동안 애플은 퀄컴으로부터 5G 모뎀 칩을 공급받지 못해 5G용 아이폰을 내놓지 못했다. 애플이 5G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내린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단 한발 물러선 애플이지만, 퀄컴과의 분쟁이 벌어지는 와중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애플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지시에 따라 2018년부터 자사 기기에 들어갈 모뎀 칩을 직접 만드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2019년에는 인텔의 통신 모뎀 칩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2023년이면 자체 개발한 모뎀 칩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퀄컴의 모뎀 (출처:Bloomberg)

쉽지 않은 자체 통신 칩 개발

애플은 주요 반도체를 자체 개발해 자사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자체 개발 프로세서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맥 라인업에도 자체 칩으로 제품 전면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칩은 놀라운 성능과 능력을 보여주면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애플은 자체 반도체를 전면에 내세우며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렇듯 애플은 외부 의존도를 낮추면서 자체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다.

모뎀 칩 개발도 그러한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자체 모뎀을 만들면 애플의 다른 구성 요소와 더 효과적으로 통합될 수 있으며 성능이나 배터리 수명 등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도 향상될 수 있다. 타사에 로열티를 지불할 필요도 없어지기에 비용적인 부분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모뎀 칩 개발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2023년이면 애플 모뎀 칩이 나올 것이란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자체 모뎀 칩이 나온다는 2023년 그해, 애플은 퀄컴과 2026년까지 3년 동안 아이폰용 모뎀 칩 공급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애플은 모뎀 칩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알려진다. 개발을 시작한 이후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만족스러운 제품을 생산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성능이나 발열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모뎀은 휴대전화에서 메인 프로세서 다음으로 중요한 구성 요소인데, 여러 반도체 중에서도 개발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시장에서도 퀄컴을 비롯해 삼성과 미디어텍 정도 등 제한된 기업에서만 칩을 만들 정도다.

(출처:phoneArena)

단기적 효과는 ‘글쎄’…장기적으로는 ‘긍정적’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은 애플이 자사 기기에 자체 모뎀 칩을 사용하는 건 실질적인 이득이 적다고 주장했다. 사용자에게 눈에 띄게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지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퀄컴의 모뎀이 인텔을 포함한 대부분의 경쟁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모뎀 칩 개발을 회의적으로 보는 의견은 내부에서도 나온다. 애플 하드웨어 기술 담당 수석 부사장인 조니 스루지(Johny Srouji)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부품을 업그레이드해도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가능성은 낮으며 모뎀 개발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먼은 장기적으로는 애플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체 모뎀 칩이 와이파이(Wi-Fi)와 블루투스를 모두 처리하도록 통합되면 안정성과 배터리 수명이 향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이 시스템온칩(SoC)에 통합될 수도 있다고도 주장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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