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비트 센스 2(출처:Fitbit)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이름이 알려진 핏비트(Fitbit)는 2007년 최초로 설립됐다. 사람들은 핏비트의 제품을 착용하고 운동량이나 소비 열량 등 각종 지표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피트니스 트래커, 스마트밴드라는 개념도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마트워치의 등장과 샤오미와 같은 위협적인 경쟁자의 등장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서 핏비트의 입지는 위태로워졌다.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에서 핏비트의 점유율은 점점 떨어졌다. 그동안 다른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은 조용히 사라졌다.
그러다 2019년 핏비트는 돌연 구글에 인수된다. 구글의 지원을 받아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지만, 핏비트 브랜드는 오히려 쇠퇴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공식 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일관성이 없고 재설계한 앱이 오히려 사용하기 어렵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핏비트 디바이스로 수집되는 심박수, 수면 시간, 소모 칼로리, 생리 주기 패턴 등 민감할 수 있는 건강 관련 데이터가 구글의 타깃 광고에 사용된다는 의심도 지속으로 제기됐다.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핏비트는 궁지에 몰리는 양상이 계속됐다.
구글은 최근 개최한 신제품 발표회 ‘메이드 바이 구글 2024(Made by Google 2024)’ 행사에서 플래그십 스마트폰 픽셀 9 시리즈와 차세대 폴더블폰 픽셀 9 프로 폴드, 무선이어폰 픽셀 버즈 프로 2 그리고 스마트워치 픽셀 워치 3를 공개했다.
그중에서도 픽셀 워치 3는 전작 대비 베젤은 더 얇아졌고 밝기는 최대 2000니트를 지원한다. 건강 모니터링 기능은 향상됐고, 지메일이나 구글 지도처럼 구글 서비스와의 통합도 강화됐다. 특히, 핏비트 기기에서 유료 서비스인 핏비트 프리미엄(Fitbit Premium)을 구독해야만 사용 가능한 일일 컨디션 점수(Daily Readiness Score)와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등 핏비트의 기능이 픽셀 워치에 녹아든 점도 눈길을 끌었다.
(출처:Fitbit)
핏비트 스마트워치 생산 중단된다?
8월 17일(현지시간) IT 전문 매체 테크레이더(TechRadar)는 픽셀 워치 3 발표가 곧 핏비트 스마트워치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핏비트의 스마트워치 시리즈인 핏비트 센스(Sense)와 핏비트 버사(Versa) 모델이 더는 생산되지 않는다고 전했고, 이는 구글을 통해 ‘조용히(quietly)’ 확인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구글에서 만드는 스마트워치는 오직 픽셀 워치 시리즈를 통해서만 독점적으로 제공된다고 주장했다. 핏비트에서는 피트니스 트래커 제품군인 핏비트 인스파이어(Inspire), 핏비트 차지(Charge), 핏비트 럭스(Luxe) 모델만 계속 출시된다고 밝혔다.
테크레이더는 핏비트의 가장 최신 모델인 핏비트 버사 4와 핏비트 센스 2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픽셀 워치에서는 유튜브 뮤직이나 스포티파이 등 다양한 음악 앱을 지원하는데, 핏비트 버사 4와 센스 2에서는 여전히 음악 앱을 지원하지 않는다. 외신은 기존 핏비트 사용자를 픽셀 워치 제품군으로 유도하기 위해 고의로 핏비트 스마트워치 기능을 축소한 것으로 짐작했다.
테크레이더의 기사는 여러 IT 매체에서 통해 인용됐고, 핏비트 제품이 단종되는 건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핏비트 버사 4(출처:Fitbit)
단종 보도 부인한 구글
20일 구글 측에서 외신 보도에 대해 입을 열었다. 구글 대변인은 IT 전문 매체 아르스 테크니카(Ars Technica)를 통해 핏비트 센스와 핏비트 버사 모델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확인해 줄 수는 없지만 두 제품군을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테크레이더의 기사를 두고 “정확하지 않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핏비트, 더 나아가 제품과 기술을 사용하고 의존하는 고객에게 매우 헌신적이다”라며 “핏비트의 새로운 제품과 혁신을 계속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내부자의 모호한 인터뷰가 핏비트 스마트워치 단종 오해를 증폭시킨 측면도 있다. 테크레이더의 기사보다 앞선 14일, 테크 매체 엔가젯(Engadget)은 구글의 픽셀 웨어러블 제품 관리 부문 수석 이사인 샌디프 워라이치(Sandeep Waraich)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인터뷰에서 샌디프 워라이치는 구글은 핏비트 트래커 제품에 집중할 것이며 “픽셀 워치는 핏비트를 위한 차세대 스마트워치”라고 말했다.
한편, 아르스 테크니카는 핏비트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핏비트의 기술과 이름은 계속 남을지 몰라도, 핏비트 브랜드의 수명은 오래 못 갈 것으로 예측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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