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애플은 로봇이라는 단어와 그리 어울리는 기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분위기는 조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옵티머스 (출처:Tesla)
로봇 공학에 뛰어드는 애플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의 애플 전문 기자 마크 거먼(Mark Gurman)은 매주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통해 애플이 아이폰 이후 새로운 기술로 로봇 공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늘 아이폰을 잇는 새 제품에 대해 고민한다. 기기 크기를 줄이거나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프로세서 속도를 높이는 등 소소한 기기 개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혁신적인 새 제품의 출시 말이다.
최근 애플은 신개념 폼팩터인 비전 프로(Vision Pro)를 내놓고 사용자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려 부단히 노력 중이다. 하지만 비전 프로는 기대했던 것만큼의 반응은 이끌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비전 프로가 올해 30만~40만 판매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현재 추세로는 그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카 경험을 고스란히 로봇에
로봇 공학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마련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2014년부터 불과 얼마 전까지 거의 10년 가까이 자율주행 전기차인 일명 애플카(Apple Car)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지난 2월 애플카 개발이 결국 무산됐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업계에서는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에서 손을 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애플카 개발 담당 연구 개발 조직도 해산됐고 기존 직원들은 인공지능(AI) 관련 부서로 이동했다고 알려졌다.
마크 거먼은 자율주행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엔지니어 수백 명이 그대로 로봇 연구에 투입된다고 전했다. 애플카 개발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과 로봇 기술 개발 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들이다. 로봇 프로젝트를 이끄는 자리에도 애플카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케빈 린치 기술 부문 부사장을 앉혔다.
자율주행차가 바퀴를 이용해 이동하는 로봇이라는 점에서 공유하는 기술이 존재한다. 전기차를 개발하던 테슬라가 로봇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뛰어든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로봇의 자율주행 원리도 자율주행 자동차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애플이 로봇을 이용해 다른 제품에 움직임을 부여하는 아이디어를 탐구하기 시작한 건 2020년경부터다. 애플카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애플은 그러한 꿈을 더욱더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출처:AppleInsider)
시작은 ‘가정용 탁상 로봇’…다음은
애플은 현재 로봇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 방법을 모색하는 단계에 있다. 그 첫 번째는 가정용 탁상 로봇으로 점쳐진다. 최근 로봇 액추에이터를 부착한 아이패드가 나올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로봇팔을 이용해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360도 회전하는 제품으로 기존에 소개된 적 없는 기기다. 로봇팔이 부착되면 화상 회의나 주방에서 아이패드를 사용하기 편리해진다. 사용자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인공지능 음성비서 시리(Siri)를 이용해 음성 명령을 내리면 된다. 추후 자체 인공지능 서비스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와 통합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제품만 성공적으로 만들어진다면 아마존이나 구글에 뒤처졌다고 평가받는 스마트홈 분야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해당 제품은 2026년이나 2027년쯤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 거먼은 애플이 세탁일을 하거나 더러운 접시를 닦는 등 집안일하는 기계도 구상했지만 아직은 너무 먼 미래이며 화이트보드 스케치 수준을 넘어서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모바일 로봇이나 휴머노이드처럼 훨씬 더 로봇에 가까운 형태는 10년 안으로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은 로봇 개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은 미래 모든 로봇의 핵심 기술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애플이 가진 센서 기술, 반도체 개발 능력, 배터리 전문성 등이 만나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
거먼은 애플의 로봇 공학 진출을 회의적으로 볼 이유도 많다고 지적했다. 애플카 프로젝트에서 이미 실패를 경험했고 증강현실(AR) 헤드셋 개발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가 소비자의 삶에 다른 길을 제시하고 싶다면 로봇 공학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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