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출처:Reuters)
인공지능 시스템을 훈련하기 위해 온라인에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스크래핑된다. 애플에서도 마찬가지다. 애플도 자사 웹 크롤러인 애플봇(AppleBot)을 이용해 온라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Siri)와 데스크톱 검색 기능인 스포트라이트(Spotlight)를 개선하는 데 사용됐다. 하지만 시리나 스포트라이트, 사파리 기능을 향상하는 목적으로만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애플봇의 당초 목표는 확장됐다. 최근에는 애플의 첫 인공지능(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 훈련에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 중이다.
하지만 인터넷에 있는 데이터를 마음대로 스크래핑해 인공지능 학습에 사용하는 행위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수집하는 데이터에는 저작권이 있는 자료가 포함될 수도 있고, 인공지능이 작성한 신뢰할 수 없는 콘텐츠도 무분별하게 들어갈 수 있다. 특히, 작가들로부터 스크래핑 행위는 강력한 비난을 받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작품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이 훈련하고 결과적으로 자신들을 대체하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한다. 공식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누리꾼이 포털에 작성한 댓글이나 자주 찾는 커뮤니티에 남긴 게시글도 얼마든지 수집될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별도의 조치를 해야 한다. 웹 게시자는 robots.txt 파일에 적절한 명령을 추가하면 애플봇이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애플은 웹 게시자를 위해 보조 사용자 에이전트 애플봇-익스텐디드(Applebot-Extended)도 내놨다. 웹 게시자는 애플봇-익스텐디드를 사용해 자사 웹 사이트 콘텐츠가 애플 인텔리전스 훈련에 사용되지 않도록 선택할 수 있다. 애플 대변인 나딘 하이자(Nadine Haija)는 애플봇-익스텐디드가 콘텐츠 발행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최근 애플 인텔리전스 개발에 빨간불이 켜졌다. 훈련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이 벽에 부딪힌 것이다.
주요 서비스에서 애플의 데이터 수집 거부
8월 29일(현지시간)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Wired)에 따르면 여러 유명 매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웹사이트 스크래핑을 통한 애플의 인공지능 훈련 데이터 수집을 거부했다.
와이어드는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gram),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 텀블러(Tumblr),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파이낸셜타임스(The Financial Times), 아틀란틱(The Atlantic), 복스 미디어(Vox Media), USA 투데이 네트워크(USA Today network) 그리고 콘데 나스트(Condé Nast)가 애플의 인공지능 데이터 수집을 차단했다고 전했다.
외신은 수십 년 동안 온라인 데이터를 수집해온 웹 크롤러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인공지능 훈련에 데이터 수집이 중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지적 재산과 웹의 미래에 대한 우려로 이러한 갈등이 촉발됐다고 봤다.
데이터 저널리스트 벤 웰시(Ben Welsh)의 말을 인용해 미국 기반 뉴스 웹사이트 1167개 중 294개, 약 4분의 1이 애플봇-익스텐디드를 이용해 데이터 수집을 차단한다고 전했다. 애플 전문 매체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은 애플봇-익스텐디드가 비교적 최근 공개됐기에 더 널리 알려지면 지금보다 많은 뉴스 매체에서 자사 데이터 수집을 막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출처;Apple)
애플 인텔리전스 개발에 문제없을까
지난 7월 애플이 인공지능 훈련에 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자막을 사용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애플은 어떠한 허락도 없이 영상 자막을 사용했었고, 4만 8000개가 넘는 채널에서 영상 자막으로 17만 3536개를 수집한 것이 확인됐다. 온라인 학습 채널, 토크쇼, 대형 유튜브 채널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출처에서 자막 데이터를 확보했다. 유튜브 측의 입장은 명확한데, 닐 모한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 훈련에 유튜브 영상이 사용되는 것은 자사 플랫폼 정책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지금과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챗GPT로 유명한 인공지능 기업 오픈AI는 언론사들과 연이어 제휴를 맺고 있다. 앞서 언급한 미디어 그룹 콘데 나스트와도 최근 손을 잡았다. 오픈AI는 필요한 정보와 콘텐츠를 원활하게 확보해 자사 기술을 개선하는 발판을 마련 중이다.
애플도 오픈AI와 마찬가지로 파트너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지금의 상황이 지속되면 장기적으로는 애플 인텔리전스 개발에 영향을 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애플 인텔리전스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애플 전문 매체 컬트오브맥(Cult of Mac)은 애플 인텔리전스가 출시돼 대중화되면 결국 주요 콘텐츠 제공자들도 참여를 원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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