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키보드의 정석이라고 불렸던 K380
2015년에도 밖에서 쓸 휴대용 키보드는 이미 여럿 있었다. 그해 7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반으로 접히는 유니버설 폴더블 키보드를 내놨고 9월에는 로지텍 K380이 나왔다. LG 롤리키보드(KBB-700)는 빈 시장을 찾아 들어간 제품이 아니다. 승부를 건 쪽은 접는 방식이었다. 남들이 반으로 접을 때 넷으로 말았다.
접이식 블루투스 키보드를 뒤지다 이 이름을 마주친 사람이라면 생김새부터 궁금할 것이다. 공개 시점인 2015년 8월 기준으로 어떤 제품이었는지 공식 사양과 실사용 리뷰를 놓고 짚어본다.
접으면 막대, 켜는 법도 따로 없다
이 제품이 뭘 노렸는지는 접히는 방식만 봐도 안다. 네 마디로 나뉜 판을 김밥 말 듯 감으면 단면 2.5cm짜리 막대가 된다. 마디마다 자석이 들어 있어 가방 안에서 저절로 풀리지 않는다. 펼칠 때는 본체에 찍힌 화살표를 잡고 한 칸씩 젖히면 된다.
LG 롤리키보드의 무게는 156g이고 전원은 AAA 건전지 한 개다. LG는 하루 4시간을 쓰면 건전지 하나로 약 3개월을 간다고 밝혔다. 충전 단자가 없으니 여행을 갈 때 전용 케이블을 따로 챙길 일도 없었다.
특이한 건 전원 버튼이 아예 없다는 점이다. 배터리실에 붙은 센서가 접힘 상태를 읽어 전원을 끊고 펼치면 LED에 불이 들어오며 알아서 켜진다. 전원을 켜고 끄는 동작 자체가 사라졌다. 참고로 색상은 블랙과 실버 두 가지였다.
4행 배열이 남긴 숙제
가장 큰 제약은 배열이었다. 접이식 키보드의 마디를 넷으로 묶다 보니 행도 네 줄뿐이다. 네 줄이면? 숫자 전용 줄이 통째로 빠질 수밖에 없다.
숫자를 치려면 Fn을 함께 눌러야 했고 골뱅이나 큰따옴표는 Fn과 Shift를 동시에 잡아야 했다. 해외 리뷰 중에는 이 방식으로 문서 작업을 권하긴 어렵다고 못 박은 곳도 있다.
키감 평가는 오히려 괜찮은 편이었다. 전체가 물렁한 실리콘 롤업 제품과 달리 마디 사이 연결부만 굽고 키가 박힌 판은 단단한 팬터그래프 구조다. 눌리는 감각이 뭉개지지 않는다.
다만 키 자체가 일반 자판보다 작아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방향키와 기호 자리도 안쪽으로 들어와 있어 초반에는 오타를 각오해야 한다. 그리고 장시간 타이핑하면 손끝이 아프다는 후기도 꽤 많았다.
본체에 거치대를 넣은 설계
거치대를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이었다. 배터리실 양옆에서 날개처럼 빠지는 지지대가 10인치급 태블릿까지 세워준다. 블루투스로는 기기 두 대를 등록해 두고 번갈아 쓸 수 있었다. 안드로이드와 윈도우는 물론 애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도 그대로 붙었다.
실사용 후기에서 반복된 팁이 하나 있다. 휴대용 키보드만 놓고 치면 바닥에서 위아래로 밀리는데 거치대에 태블릿을 얹으면 그 무게가 눌러줘 밀림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거치대가 있으니 두 기기를 나란히 놓고 쓸 수 있었다. 태블릿을 세워 문서를 만들다가 옆에 놓은 스마트폰으로 알림이 뜨면 기기만 바꿔 바로 답장을 보내는 식이다.
누구를 위한 물건이었나
미국 출시 가격은 119.99달러였다. 출시 당시 접이식 블루투스 키보드 치고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었다.
타깃은 명확했다. 카페나 출장지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긴 글을 써야 하는데 노트북까지 휴대하고 다니기 싫은 사람에게는 만족스러운 제품이 됐다.
반대로 숫자와 기호를 자주 다루거나 사무실에 앉아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에는 비좁고 제한된 배열이 발목을 잡아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LG 롤리키보드가 이듬해 후속 모델에서 5행 배열로 넘어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디를 하나 더 늘려 숫자 전용 줄을 넣었고 등록 가능한 기기도 세 대로 늘렸다. 1세대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을 빠르게 개선했다.
그래도 키보드를 접어서 들고 다닌다는 발상 자체는 뒤늦게 인정받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일하는 시간이 늘어난 지금은 접이식 제품이 특이한 물건 취급을 받지 않는다. 2015년에 이걸 먼저 내놨다는 것만으로도 롤리키보드는 기억될 만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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