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을 묵혀둔 커스텀 키보드 한 대를 이제야 꺼내 조립했다. 사실 창고를 정리하다가 발견했다. 주인공은 언제 구매했는지도 가물가물한, 아마도 국내 사전예약으로 쟁여놨던 오울랩 보이스 미니다. 키 일곱 개짜리 매크로 패드로 귀여운 외관과 유무선 지원 그리고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 한때 꽤 인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고급스러운 알루미늄 하우징
Voice Mini는 중국의 하이엔드 커스텀 키보드 전문 브랜드인 오울랩(Owlab)이 출시한 Voice 65의 외형을 그대로 줄여놓은 모델이다. 크기는 111 x 61 x 27mm에 무게가 210g밖에 되지 않는 콤팩트한 패드다. (베어본 기준)
손바닥 안에 들어온다. 그런데 들어보면 묵직하다. 하우징과 보강판, 무게추, 스크롤 휠까지 전부 알루미늄으로 깎아 만든 탓에 크기에 비해 무게감이 상당하다. 물론 겉으로 느껴지는 알루미늄 하우징 특유의 고급스러움도 잘 살아있다.
내부 구성도 알차다. 딱히 필요한가 싶지만, 약간의 통울림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인지 포론 플레이트폼과 PE 시트가 적용되어 있다. 해당 제품이 출시될 당시만 하더라도 매크로 패드에 흡음재를 이만큼 챙겨 넣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덕분에 스테빌라이저 윤활 정도만 해주면 잡소리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우측 상단에 노브가 아닌 휠이 달렸다. 요즘 나오는 키패드는 대부분 노브를 얹는데 오울랩 보이스 미니는 오리지널 Voice의 휠을 그대로 가져왔다. 윈도우에서는 기본값이 볼륨 조절이고 한 칸 굴릴 때마다 2씩 움직인다. 검지 하나로 굴리는 감각이 노브보다 직관적이고 편하다.
연결 방법은 2가지다. 본체 후면에 있는 USB-C 포트에 케이블을 꽂는 유선 모드, 최대 2대 기기까지 페어링 되는 블루투스 무선 모드를 지원한다. 전원 컨트롤은 PCB에 조그맣게 달린 On/Off 스위치로 가능하다. 전원을 끌 일이 있겠냐마는 키캡을 제거하지 않고도 핀셋으로 손쉽게 올렸다 내렸다를 할 수 있다.
초보자도 가능한 쉬운 빌드 난도
조립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순서를 모르면 난감할지도 모르겠다. 핵심은 우측 ISO 엔터 자리에 스태빌라이저가 하나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하우징 전체 분리가 필수다. 뒷면 나사 4개, 상판과 보강판 연결 나사 2개, 휠 나사 2개를 제거하면 누구나 손쉽게 분리할 수 있으니 겁먹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패키지 구성품으로 육간렌치가 제공되지만, 스태빌라이저는 별매다. 근데 이게 내가 구매한지 몇 년이 돼서 예전에 구성품으로 줬었는데 잃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참고 정도만 하길 권한다. 확실한 건 키캡과 스위치는 당신이 따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 아쉬운 점은?
키맵핑은 QK Config로 한다. 사전예약 및 출시 당시에는 macOS를 지원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Qwertykeys 홈페이지에 접속하니까 맥을 위한 커스터마이징 베타 프로그램이 존재하더라. 단, 유선 연결에서만 설정 변경 및 저장이 가능하다.
오울랩 보이스 미니 커스텀 키보드를 가지고 놀면서 아쉬웠던 점은 키 개수가 7개인데 FN 키를 하나 고정적으로 사용해야 하므로 사실상 활용 가능한 키 개수는 6개가 전부다. 게다가 Fn은 연결 전환까지 겸한다. 기본적으로 Fn과 Q를 누르면 유선, W는 블루투스 1번, E는 2번으로 붙는다. 그러니 Fn 자리를 아예 없앨 수가 없다.
게다가 QK Config는Mod-Tap*을 지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레이어를 바꾸려면 그 역할만 하는 키를 따로 할당해야 한다.
* Mod-Tap : 짧게 누르면 일반 키, 길게 누르면 모디파이어/레이어로 작동하는 기능
그리고 VIA와 VIAL도 지원하지 않는다. 무선 기판이라 QK 자체 프로그램만 쓸 수 있는 구조다. 물론 커스텀 키보드를 여러 대 만져본 사람이라면 컨피규레이터 하나 더 설치하는 게 큰 부담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지금 새 제품 구매는 안 되는 듯?
오울랩 보이스 미니는 공제가 끝났고 주요 해외 벤더도 모든 색상이 품절 상태다. 국내 공제가는 10만 원선이었고 중고 매물은 10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에 올라온다. 그마저 잘 안 나와서 블로그에 구한다는 글을 올리는 사람까지 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매크로 패드가 급하다면 VIA를 지원하는 완제품이 낫다. 키맵을 브라우저에서 바로 고칠 수 있다. 키 개수도 여유가 있어서 단축키를 이것저것 넣어보기에는 그쪽이 훨씬 편하다. 그리고 솔직히 오울랩 보이스 미니에 10만 원 이상을 태운다? 오울랩 제품을 수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글쎄다. 추천하지 않는다.
아직도 창고에 하우징이 많이 남았더라
요 몇 년 사이 키보드 시장이 상향 평준화됐다. 레이니, 독거미, 에포메이커 등등 10만 원대 완제품이 예전 커스텀 흉내를 제법 내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값비싼 커스텀 키보드에 기대했던 흥미가 그만큼 빠르게 식었다.
물론 여전히 하우징 무게만 2~3kg대로 아주 묵직한 풀 알루미늄 공제를 찾아다니고 기다리는 마니아들이 있지만 이제 그 시장도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나도 수천만 원을 커스텀 키보드에 쏟았었지만, 이전에 공제에 참여했던 하우징이 창고에 여러 대 쌓여 있는 상황이다. 비닐조차 뜯지 않은 GMK 키캡도 여러 개다. 그 돈으로 라이카 카메라나 수집할걸 하는 아쉬움이 드는 밤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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