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시계에 우리가 기대하는 건 보통 시간과 알람 정도다. 그 이상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데 발뮤다는 원래부터 그런 상식을 비껴가는 브랜드였다. 기능보다 감성에 더 무게를 두는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 우리 집에는 발뮤다 토스터와 커피포트가 있다. 둘 다 내 돈 주고 샀지만 솔직히 돈값을 한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빵이 그렇게까지 극적으로 맛있어지는 것도 아니고 물 끓이는 데 그 값이 필요한가 싶었다.
그런데 디자인은 흠잡을 데 없다. 딱 거기까지였다.
그래서 발뮤다 더 클락 소식을 처음 봤을 때도 ‘또 예쁜 감성템이겠지’ 했다. 국내 정가는 무려 64만 9,000원이다. 시계 하나에 이 돈이라니 헛웃음부터 나왔다. 그런데 스펙을 뜯어보니 단순히 예쁜 시계로만 끝나는 제품은 아니더라.
바늘도 유리도 없는 시계
발뮤다 더 클락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시간을 읽는 방식이다. 시곗바늘 대신 빛으로 시간을 보여준다. 통 알루미늄 블록을 깎아 만든 몸체 안에 75개의 LED를 심어 시간이 흐르듯 표현된다. 발뮤다는 이를 ‘라이트 아워(Light Hour)’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시간을 읽는 방식이 낯설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는 평가가 많다. 마감 완성도 역시 여러 리뷰에서 공통으로 호평받는 부분이다. 유리 한 장 없이 안으로 오목하게 파인 구조라 지문도 잘 남지 않는다. 한 일본 리뷰어는 버튼을 누르는 감각이 애플 매직 마우스급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크기는 손바닥만 하다. (75 x 36.5 x 105mm, 약 256g) 감성 브랜드로 유명한 통 알루미늄을 깎아 만들어 회중시계에서 영감을 받은 감각적인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 자체로도 고급스러움과 세련미를 잘 살렸다.
스피커와 백색소음이 들어간 이유
여기서부터 감성템이라는 선입견이 조금씩 깨진다. 이 작은 몸체 안에는 스테레오 스피커가 들어 있다. 단순히 알람 소리를 내기 위한 수준이 아니다.
‘릴렉스 타임’ 모드를 켜면 발뮤다 사운드팀이 외부 뮤지션과 함께 만든 7가지 오리지널 사운드가 재생된다. 빗소리, 장작 타는 소리, 강물 소리 같은 자연음을 들려준다. 화면은 물방울이 맺히듯 은은하게 빛나며 백색소음과 함께 수면이나 명상, 독서 환경을 만들어준다.
집중이 필요할 때는 타이머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1분부터 60분까지 설정하면 그 시간 동안 부드러운 백색소음이 계속 재생된다.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이 시계 하나만으로 집중 루틴을 만드는 셈이다. 발뮤다 커넥트 앱을 이용하면 사운드 종류와 밝기, 볼륨까지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3분 전부터 깨우는 알람
모바일 앱 연동 지원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기능은 알람이다. 보통 알람은 정해진 시각에 갑자기 크게 울린다. 그런데 발뮤다 더 클락은 방식이 다르다.
설정한 시각보다 3분 먼저 아주 작은 소리로 시작해 천천히 볼륨을 키운다. 멀리서 아침 시장이 열리는 듯한 생활 소음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잠을 깨운다는 후기가 많다. 갑작스러운 알람 소리에 놀라 깨는 게 싫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한 방식이다. 침대 옆에 두고 밤마다 충전해 사용하는 애플워치 같은 루틴과도 잘 어울린다.
그래서 이 돈값을 할까?
정리하면 발뮤다 더 클락은 예쁘기만 한 시계는 아니다. 스피커와 백색소음, 그리고 페이드인 알람까지 기존 탁상시계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경험을 담아낸 제품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블루투스로 원하는 음악을 재생할 수 없고 내장된 사운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브랜드 측에서 일부러 의도한 것 같다. 시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라고. 그렇지 않고서는 실드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실사용자 후기들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의견이 버튼을 길게 누르거나 두 번 누르는 방식의 조작이 직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디자인에 너무 몰입해 터치 방식을 적용하지 않은 점은 칭찬할만하다.
배터리는 한 번 충전하면 약 24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어 사실상 전원을 연결해 두고 쓰는 제품에 가깝다. 바닥면이 알루미늄이라 케이블에 당기면 본체가 쉽게 움직인다는 후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벽은 64만 9,000원이라는 가격이다. 무드등과 블루투스 스피커 그리고 알람시계를 각각 구매해도 이 정도 비용은 들지 않는다. 이 가격이 기능만으로 정당화되냐고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결국 상당 부분은 디자인과 브랜드 감성에 지불하는 값이다. 가성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추천하기 어렵다.
반대로 침실이나 작업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재택근무 책상 위에 두고 집중 타이머와 백색소음을 활용하는 모습도 충분히 그려진다. 실제로 더 클락을 ‘인생 시계’라고 평가하는 사용자도 적지 않다.
몇몇 후기에서는 더 클락 덕분에 본인의 생활 리듬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집중이 더 잘 되며 발뮤다가 의도한 편안한 정적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됐다는 평가도 있으니 참고!
참고로 애플의 조니 아이브가 설립한 디자인 회사 러브프롬이 디자인했다는 이야기가 종종 돈다. 하지만 실제 제품 디자인은 발뮤다가 직접 담당했고 러브프롬은 알루미늄 가공 파트너를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도 제품 전반에서 애플 감성이 느껴지는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image source : BALM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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