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마우스를 손 모양에 맞춰 뜯어고칠 수 있을까? 팜레스트를 밀어내고 엄지 받침 각도를 틀어서 실제로 그걸 하던 제품이 있다. 바로 매드캣츠 R.A.T. 8+다. 뼈대가 그대로 드러난 생김새부터 다른 마우스와 안 닮았다.
기성 제품이 손에 미묘하게 안 맞아 계속 갈아타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모델이다. 국내에는 2020년 서린씨앤아이를 통해 정식 유통됐고 지금은 신품 유통이 끊긴 상태다. 구조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무게. 이 셋에 제품 성격이 거의 다 들어 있다.
파츠 교체와 조절 구조
핵심은 파츠 교체다. 팜레스트와 새끼손가락 그립이 각각 세 가지씩 들어 있다. 무광 플라스틱과 유광 혼합, 러버 마감으로 재질이 갈린다.
길이도 움직인다. 팜레스트는 네 단계에 걸쳐 15mm 정도까지 빠져나온다. 좌측 엄지 받침은 앞뒤 위치와 각도를 따로 잡는다.
여기에 6g짜리 무게추 세 개가 더 붙는다. 조절에 쓰는 육각 렌치는 본체 뒤쪽에 꽂아두는 자리가 따로 있다. 분실 위험을 줄인 설계다. 매드캣츠가 이 시리즈에서 15년 넘게 고수해온 방식이다.
다만 조합이 많은 만큼 시간도 든다. 손에 맞는 자리를 찾을 때까지 렌치를 다시 잡고 팜레스트를 몇 밀리미터씩 옮겨보는 과정을 몇 번은 반복하게 된다.
스펙은 아직 밀리지 않는다
센서는 픽스아트 PMW3389다. 최대 16,000 DPI에 400 IPS, 50G 가속까지 버틴다. 2019년 전후 하이엔드 마우스가 공통으로 쓰던 부품이다.
폴링레이트는 2,000Hz(0.5ms)다. 1,000Hz가 사실상 표준이던 시절에 나온 수치다.
프로그래머블 버튼은 11개다. 온보드 메모리에 프로필 4개를 저장해두면 다른 PC에 꽂아도 세팅이 따라온다. 메인 스위치는 옴론이고 5,000만 회 클릭을 보증한다.
센서만 놓고 보면 요즘 게이밍 마우스 옆에 세워도 트래킹으로 지지는 않는다. 참고로 나중에 나온 상위형 ADV는 같은 몸체에 센서만 PMW3389 PRO로 바꿔 20,000 DPI가 됐다. 다만 16,000 DPI로 모자란 게임은 없다.
쥐는 습관까지 보정하는 소프트웨어, 완성도는 별개
매드캣츠 전용 소프트웨어에는 로텍스(Rotax)라는 기능이 있다. 마우스를 비스듬히 쥐는 습관을 정방향으로 인식하도록 축을 돌려주는 보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나오는 제품에도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기능이다.
옆면 십자 버튼을 누르는 동안만 감도를 400 DPI까지 떨어뜨리는 정밀 조준 모드도 들어간다. 리프트오프 거리는 2mm와 3mm 중에 고르거나 직접 캘리브레이션한다. X축과 Y축 감도를 따로 주는 것도 된다.
어드밴스드 버전, R.A.T. 8+ 상위 모델.
다만 완성도는 기능 수를 못 따라갔다. 설정을 적용할 때 마우스가 잠깐 멎는다. 해외 리뷰에서 반복해 나오는 지적이다. 보정 기능을 자주 손볼 생각이라면 이 불안정성은 미리 감안하는 편이 낫다.
무게 157g은 지금 기준으로 무겁다
공식 스펙표에 적힌 무게가 157g이다. 무게추와 파츠를 덜어내면 120g대 후반까지 내려간다. 그래도 60~80g대 초경량 게이밍 마우스가 흔해진 지금 기준으로는 확실히 무거운 쪽이다.
알루미늄 하판을 깔아 안정감을 챙긴 대가다. 팜레스트를 길게 빼면 손바닥을 얹었을 때 앞부분이 들린다. 케이블도 저항감이 있어서 마우스 번지를 같이 물리는 쪽이 낫다.
높이 자체도 낮은 편이라 클로나 핑거팁 그립에 붙는다. 손을 통째로 덮어 쥐는 습관이라면 잘 맞지 않는다.
평가가 호불호로 나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적응하고 나면 손에 착 감긴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적응이 필요한 물건을 맞춤이라 부를 수 있냐고 되묻는 쪽도 있다. 광고에서 말하는 만큼 교체 폭이 넓지 않다는 것도 자주 나오는 불만이다.
게이머보다 작업자가 더 오래 붙잡은 마우스
엄지로 굴리는 좌우 배럴 휠은 이 시리즈의 시그니처다. 스크롤 휠이 하나 더 달린 구조인데 게임보다 작업에서 쓸모가 커진다.
리뷰에는 사진 보정 단축키를 버튼에 몰아넣고 쓴 사례가 남아 있다. 스프레드시트에서 가로 스크롤을 굴리는 용도로 잡은 경우도 있다. 버튼이 11개나 되니 매크로를 걸 자리는 넉넉하다.
FPS 쪽이라면 정밀 조준 버튼과 무게 세팅을 묶어 쓰는 편이 낫다. 다만 경쟁 제품이 초경량으로 몰려간 뒤로는 에임이 전부인 게이머에게 권하기가 어려워졌다. 반대로 손 크기가 애매해 기성품이 계속 어긋나던 사용자에게는 이만큼 형태를 맞춰주는 물건이 지금도 흔치 않다는 게 이 제품이 아직 회자되는 이유다.
지금 구할 수 있나
구형 모델들도 상당히 인기가 많았다.
국내 출시 당시 가격은 11만 원대였다. 지금은 기본형도 상위형도 다나와 가격비교가 멈춰 있다. 매드캣츠 공식 라인업에 R.A.T. 8+ ADV는 아직 걸려 있으니 같은 폼팩터를 찾는다면 남은 유통 경로를 확인해 보는 정도가 현실적이다.
손 모양에 맞춰 마우스를 뜯어고치는 제품은 그 뒤로 거의 나오지 않았다. 단종된 지 한참인데 아직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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