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들 사이에서 절대 끝나지 않는 논쟁이 하나 있습니다.
자동차 양발운전입니다.
오른발은 가속페달, 왼발은 브레이크에 올려놓고 운전하는 방식인데요. 양발운전을 오래 한 분들은 상당히 자신 있게 말합니다.
“브레이크로 발 옮기는 시간이 없으니까 반응이 더 빠르다.”
“나는 20년 동안 양발로 운전했는데 사고 한 번 안 났다.”
그런데 일반도로에서 매일 타는 승용차라면 저는 굳이 이렇게 운전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왼발이 더 빠른데?” 이 말 자체는 틀리지 않습니다
먼저 양발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주장부터 확인해봤습니다. 흥미롭게도 왼발 브레이크가 반응시간 측면에서 유리할 가능성은 실제 연구에서도 확인됐습니다.
2016년 30명을 대상으로 한 운전 시뮬레이터 연구에서는 오른발 하나로 가속과 제동을 담당했을 때보다 양발운전에서 브레이크 반응시간과 정지시간, 정지거리가 짧았습니다.
다만 연구진도 여기서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실제 도로에서도 같은 장점이 나타나는지 추가적인 주행시험이 필요하다고 명시했습니다. 30명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터 결과 하나로 양발운전이 더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레이싱에서는 실제로 왼발 브레이킹을 씁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고 제동하면서 차량의 하중 이동을 조절하거나 터보 압력을 유지하는 등 랩타임을 줄이기 위한 운전기술입니다.
그런데 출근길이 서킷은 아니잖아요.
자동차 설명서는 왜 오른발로 밟으라고 할까?
일반 승용차는 기본적으로 오른발 하나로 가속과 제동을 조작하는 방식을 전제로 안내됩니다.
토요타는 최신 프리우스 사용설명서에서 아예 브레이크 페달을 오른발로 밟으라고 명시합니다. 왼발 제동은 긴급상황에서 반응이 늦어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마쓰다 역시 똑같습니다. 브레이크는 오른발로 조작하고, 익숙하지 않은 왼발을 사용하면 긴급상황에서 충분한 제동이 늦어질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영국 운전시험관 지침도 자동변속기 차량은 오른발로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모두 조작하는 것이 상당한 안전상 이점이 있어 일반 주행에서 권장된다고 설명합니다.
왼발 쪽에 풋레스트가 있고 가속과 브레이크가 오른쪽에 모여 있는 이유도 이 기본적인 운전자 자세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진짜 무서운 건 급발진보다 ‘페달 오조작’입니다
양발운전 논쟁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입니다.
NHTSA는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 사고를 조사하면서 브레이크를 밟으려다가 가속페달을 잘못 밟는 페달 오조작이 상당수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테슬라 급가속 주장 사고 118건을 분석한 NHTSA 조사에서도 차량 자체의 비정상적인 가속 원인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분석 가능한 사고 가운데 대부분은 충돌 직전 가속페달 입력이 확인됐고, 조사기관은 운전자가 브레이크라고 생각하면서 가속페달을 밟은 페달 오조작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른발 하나를 사용하면 최소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야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두 발을 항상 각각의 페달 위에 준비해두면 긴급상황에서 가속과 브레이크가 동시에 입력될 가능성 자체는 존재합니다.
요즘 차에는 두 페달이 동시에 깊게 눌렸을 때 엔진 출력을 줄이는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NHTSA 역시 이런 장치가 상충하는 두 페달 입력을 감지해 스로틀을 줄이는 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안전장치가 있으니 일부러 그런 운전습관을 가질 이유는 없습니다.
“나는 20년 동안 사고 안 났는데?”
양발운전 이야기를 하면 결국 이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사고가 없었다는 건 그 운전법이 더 안전하다는 증명이 아닙니다.
한 손으로 운전하고 20년 동안 사고가 없었다고 한 손 운전이 더 안전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물론 왼발 브레이킹에 완전히 숙련된 사람까지 무조건 위험운전자라고 단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반응속도라는 장점은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일반도로에서 굳이 레이싱 기술을 가져와 제조사와 운전교육기관이 권장하는 조작법까지 무시하면서 “내가 해보니 괜찮더라”를 안전의 근거로 삼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특히 운전은 평소보다 당황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사고가 난 다음 “그때 두 페달을 같이 밟았네요”라고 깨달아봐야 이미 늦습니다.
저라면 왼발은 풋레스트에 두고 오른발 하나로 가속과 제동을 담당하겠습니다.
그런데 양발운전을 10년, 20년 넘게 해온 분들은 아마 이 글을 보고도 생각이 전혀 다를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오래 양발운전을 해오신 분들은 왜 지금도 이 방식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반대로 오른발 운전자들은 옆 사람이 양발로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어떠신지도 궁금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