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전부터 “국산 픽업 시장을 뒤집을 차”라는 이야기가 많았던 모델이 있습니다.
기아 최초의 정통 픽업 타스만입니다.
실제로 분위기도 뜨거웠습니다. 2025년 2월 계약을 시작한 뒤 불과 두 달 만에 누적 계약이 5,000대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국내 픽업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상당히 인상적인 출발이었습니다.
그런데 1년여가 지난 2026년 5월 국내 판매량은 단 250대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그 많던 계약자는 다 어디로 갔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5,000대 계약이 취소된 건 아닙니다
이 부분은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5,000대 계약은 2025년 출시 초기 누적 계약, 250대는 2026년 5월 한 달 판매량입니다. 따라서 계약자 대부분이 출고 직전 취소해서 250대가 됐다고 해석하면 틀립니다.
오히려 출시 직후인 2025년 4월에는 857대가 판매됐고, 5월에는 1,348대까지 올라갔습니다. 초기 계약 상당수가 실제 출고로 이어졌다는 얘기죠.
진짜 문제는 신차 효과가 사라진 뒤 판매가 빠르게 내려왔다는 것입니다.
2026년 들어 4월 302대, 5월 250대, 6월 320대에 머물렀습니다. 7월에는 442대로 회복했지만 전년 동월 1,271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약 65% 적습니다.
결정타는 새 무쏘의 등장입니다
타스만 혼자 있던 시장에 강력한 상대가 나타났습니다.
KGM이 2026년 신형 무쏘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5월 판매량을 보면 무쏘 1,137대, 무쏘 EV 755대였고 타스만은 250대였습니다.
세 모델만 놓고 보면 타스만의 비중은 11.7%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무쏘는 가솔린과 디젤, EV까지 선택지가 넓습니다. 반면 타스만은 현재 2.5 가솔린 터보 중심입니다.
281마력과 43.0kgf·m, 최대 3.5톤 견인력은 픽업답게 강력하지만 2WD 17인치 기준 복합연비는 8.6km/L입니다. 4WD를 선택하면 조건에 따라 더 낮아집니다.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에게는 이 숫자가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5천만 원까지 올라가면 SUV도 보입니다
가격도 초기 진입 장벽 중 하나였습니다. 출시 당시 타스만은 다이내믹 3,750만 원부터 시작해 X-Pro가 5,240만 원이었습니다. 여기에 4WD와 각종 편의사양, 적재함 액세서리까지 추가하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문제는 4~5천만 원이면 국내 소비자에게 너무 많은 선택지가 생긴다는 겁니다.
짐칸과 3.5톤 견인력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게 타스만은 대체하기 어려운 차는 맞습니다. 하지만 일 년에 캠핑 몇 번 가는 패밀리카라면 쏘렌토, 카니발 같은 SUV, 기아 PV5 같은 미니밴이 훨씬 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전장도 5.4m가 넘는 대형 픽업이라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좁은 골목에서는 확실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결국 기아도 가격을 다시 손봤습니다
흥미로운 건 기아의 대응입니다. 최근 출시된 2027 타스만은 기본 다이내믹 트림 가격을 기존보다 250만 원 낮춘 3,500만 원으로 조정했습니다. 중간에 선호 사양을 묶은 베스트 셀렉션 트림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프로모션도 공격적입니다. 현재 기아 공식 구매혜택에는 특정 생산월 재고를 대상으로 최대 600만 원 수준의 생산월 할인이 표시돼 있습니다. 별도의 특별 혜택도 운영되고 있어 초기보다 구매 부담을 크게 낮추려는 모습입니다. 다만 생산월과 재고, 개인별 조건에 따라 실제 할인액은 달라집니다.
판매 부진을 단순한 소문으로 치부하기에는 제조사도 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타스만이 실패한 차일까?
그건 또 다르게 봐야 합니다. 국내에서 월 수천 대씩 팔리는 SUV와 달리 픽업 자체가 틈새시장입니다. 타스만 역시 800mm 도하 능력과 3.5톤 견인, 프레임 기반 차체, X-Pro 오프로드 사양처럼 SUV가 흉내 내기 어려운 능력을 갖췄습니다.
결국 문제는 상품성이 아니라 ‘누가 이 차를 필요로 하느냐’입니다.
캠핑 트레일러를 끌거나 바이크·장비를 싣고, 현장에서 적재함을 자주 사용한다면 오히려 상당히 매력적인 차입니다.
반대로 멋있는 픽업 디자인 때문에 접근했다면 막상 계약 단계에서 가격과 연비, 주차 문제를 다시 계산하게 됩니다.
최종 평가
5,000대 계약에서 월 250대로 줄어든 숫자만 보면 타스만이 완전히 실패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흐름은 조금 다릅니다.
출시 초기 계약은 실제 판매로 상당 부분 이어졌고, 문제는 이후 신차 효과가 빠진 상황에서 신형 무쏘라는 강력한 경쟁자까지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기아가 기본가격을 250만 원 낮추고 재고 할인까지 공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사실은 현재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타스만을 지금 고민하고 있다면 오히려 출시 초보다 조건은 좋아졌습니다. 다만 저는 한 가지만 먼저 생각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정말 픽업이 필요한가?”
이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타스만은 상당히 재미있는 선택입니다. 아니라면 출고장을 나오는 순간부터 5.4m짜리 차체와 8km/L대 연비가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