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운전하다 보면 뒤에서 유난히 밝은 불빛이 룸미러를 그대로 때리는 차량을 만납니다. 처음에는 SUV라서 그런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면 상향등을 계속 켜고 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운전자에게 이유를 물으면 의외로 간단합니다.
“밤인데 앞이 안 보이니까 켜는 거죠.”
그런데 저는 상향등을 자기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밝기 버튼’처럼 사용하는 운전습관을 정말 싫어합니다.
내가 50m 더 잘 보려고 다른 운전자 눈을 안 보이게 만드는 순간부터 안전장치가 아니라 위험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상향등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먼저 정확하게 짚겠습니다. 상향등은 사용하면 안 되는 기능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도로나 산길에서 전방을 멀리 확인할 때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현대차 2026년 사용설명서는 상향등을 ‘야간 운전 중 마주오는 차량이나 앞차가 없을 때’ 사용하라고 명확하게 안내합니다. 선행차량이나 반대편 차량이 있다면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즉 상향등의 올바른 사용법은
어두운 길 → 상향등 ON → 앞차·대향차 발견 → 즉시 하향등 전환
입니다.
계속 켜놓고 다니는 기능이 아닙니다.
이건 단순한 운전 매너 문제도 아닙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에도 기준이 있습니다. 밤에 마주 오는 차량이 있다면 전조등 밝기를 낮추거나 불빛의 방향을 아래로 향하게 해야 합니다. 앞차 바로 뒤를 따라갈 때 역시 전조등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앞차의 운전을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교통이 빈번한 장소에서는 원칙적으로 전조등 방향을 계속 아래로 유지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차가 있는데도 상향등을 계속 쏘면서
“나는 잘 보이는데?”
라고 하는 건 운전 취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앞차 운전자의 룸미러와 사이드미러에 강한 빛이 들어가 순간적으로 시야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더 싫은 건 ‘조사각 올린 차’입니다
상향등을 끄고 있다고 끝도 아닙니다. 전조등 광축, 흔히 말하는 조사각을 과도하게 위로 올려놓은 차량도 있습니다.
하향등은 애초에 마주 오는 자동차 운전자의 눈부심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에도 변환빔, 즉 하향 전조등을 그렇게 정의하고 별도의 설치·광도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앞이 조금 더 멀리 보이게 하겠다고 조사각을 임의로 높여버리면 다른 운전자에게는 사실상 계속 강한 불빛을 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자동차 정기검사에서도 전조등은 시험기로 검사하며 검사 결과가 기준에 미달하거나 등화 설치가 안전기준에 맞지 않으면 부적합 항목이 됩니다.
광축이 이상하다면 내가 직접 무작정 올릴 게 아니라 정비소에서 규정에 맞춰 조정하는 게 맞습니다.
안개가 심하면 상향등? 오히려 더 안 보일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 많이 착각하는 상황이 안개입니다. 앞이 안 보이니 더 강한 상향등을 켜야 할 것 같죠.
반대입니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짙은 안개에서는 상향등을 사용하지 말고 하향등을 사용하라고 안내합니다. 강한 상향등 빛이 안개의 물방울에 반사돼 운전자 쪽으로 돌아오면서 오히려 눈부심이 커지고 전방을 보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더 밝은 불빛이 아니라 감속, 충분한 안전거리, 하향등과 필요하다면 안개등입니다.
요즘 차라면 하이빔 보조를 활용해도 됩니다
최근 차량에는 하이빔 보조 기능도 많이 들어갑니다. 카메라가 마주 오는 차량이나 선행 차량을 감지하면 상향등을 하향등으로 자동 전환하고, 다시 주변이 어두워지면 상향등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것도 완벽하지 않으니 운전자가 상황을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기술보다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상향등은 ‘내가 잘 보기 위한 권리’가 아니라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을 때만 사용할 수 있는 도구라는 겁니다.
저는 어두운 국도에서 앞뒤로 아무 차가 없다면 상향등을 적극적으로 씁니다. 대신 저 멀리 대향차 불빛이 보이거나 앞차가 나타나는 순간 바로 내립니다.
이 정도는 자동차 매너 이전에 기본적인 안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상향등을 계속 켜고 다니거나 하향등 조사각까지 높여놓고 “내가 잘 보여야 사고가 안 나죠”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렇게 확보한 내 시야 때문에 맞은편 운전자가 순간적으로 앞을 못 본다면, 과연 그게 더 안전한 운전일까요?
실제로 야간운전하면서 상향등보다 조사각 높은 차 때문에 더 스트레스받는다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 여러분은 어떤 쪽이 더 싫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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