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 아파트 주차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시동을 걸어놓고 집으로 다시 올라가거나 차 안에서 5분, 10분씩 엔진 예열을 하는 것입니다.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비슷합니다. “겨울에는 엔진 좀 데우고 출발해야 차 오래 타지.” 예전부터 운전했던 분들에게는 거의 상식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인데요. 최신 가솔린 자동차에서도 정말 10분씩 기다려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일반적인 최신 승용차라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제조사부터 “정차 예열하지 마세요”라고 합니다
가장 확실한 건 자동차 제조사의 설명서를 보는 겁니다.
기아의 2026년 차량 사용설명서에는 아예 이렇게 안내돼 있습니다.
“엔진의 온도를 올리기 위해 정차 상태에서 공회전을 하지 마십시오.”
대신 엔진이 적당한 온도에 도달할 때까지 적당한 속도로 운전하고 급가속·급감속을 피하라고 설명합니다.
겨울에는 시동 직후 RPM이 평소보다 높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동을 걸자마자 고회전으로 튀어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제조사 역시 RPM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린 뒤 출발하라고 안내합니다.
정리하면 ‘시동 즉시 풀가속’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10분 공회전’도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천천히 달리는 쪽이 빨리 따뜻해집니다
미국 에너지부 자료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립니다. 대부분의 제조사는 추운 날에도 약 30초 정도 후 부드럽게 출발하는 방식을 권장하며, 정차 상태에서 공회전하는 것보다 주행할 때 엔진이 더 빨리 따뜻해진다고 설명합니다.
캐나다 천연자원부 역시 겨울철 일반 승용차는 창문의 성에가 제거됐다는 조건에서 보통 60초 이상의 공회전이 필요하지 않으며, 주행하면서 차량을 데우는 방법을 권장합니다.
즉 자동차를 아낀다는 이유로 10분 동안 세워놓는 것이 반드시 더 좋은 관리법은 아닙니다.
10분 예열하면 연료는 그냥 사라집니다
공회전 중에도 엔진은 계속 연료를 사용합니다. 미국 에너지부는 승용차의 경우 불필요한 공회전을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엔진을 켜놓고 서 있는 동안에는 연비가 사실상 0km/L입니다.
더 중요한 건 배출가스입니다. 아르곤국립연구소의 시험에서는 가솔린과 디젤 차량 모두 촉매가 공회전보다 실제 주행 중 훨씬 빠르게 가열됐습니다. 촉매가 빨리 정상 온도에 올라가야 냉간 시동 때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기아도 10분 이상 고속 공회전을 지속하면 배기장치가 손상될 수 있다고 별도로 경고합니다.
그럼 겨울에도 시동 걸자마자 바로 밟아도 될까?
이것도 아닙니다. 제가 권하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시동을 건 뒤 안전벨트를 매고 내비게이션을 설정하는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RPM이 안정되면 천천히 출발하는 것입니다.
수온이 낮은 동안에는 급가속과 높은 RPM을 피하고 부드럽게 운전하면 됩니다.
특히 영하의 매우 낮은 기온이나 앞유리에 성에가 심하게 낀 날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미국 에너지부도 겨울철 시야 확보를 위한 디프로스트 때문에 공회전이 필요한 경우는 예외로 봅니다.
이때 기다리는 이유는 ‘엔진 수명 연장을 위한 10분 예열’이 아니라 안전하게 앞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차종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으므로 디젤이나 특수차량, 극저온 환경에서는 결국 해당 차량 사용설명서가 우선입니다.
“나는 30년 동안 10분씩 예열해서 차 오래 탔는데?”
이 이야기도 정말 많이 나옵니다. 그 경험을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차를 오래 탔다는 사실과 10분 예열 때문에 차가 오래갔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엔진오일, 연료분사 시스템, 엔진 제어 기술은 수십 년 동안 크게 달라졌습니다. 과거 차량에서 배운 습관을 최신 자동차에도 그대로 적용하면서 제조사 설명보다 자신의 경험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상합니다.
저라면 겨울철에는 오래 세워놓고 예열하는 것보다 시동 후 RPM이 안정되면 출발하고, 엔진이 충분히 따뜻해질 때까지 얌전히 운전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그래도 겨울에는 최소 5~10분 예열해야 마음이 놓인다.”
vs
“요즘 차는 공회전할 필요 없이 천천히 달리면서 데우면 된다.”
10년, 20년 이상 운전한 분들은 아직도 겨울 아침에 예열하고 출발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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