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아직 덥지만 해가 지면 공기가 금세 차가워지는 초가을입니다. 차박을 하다가 새벽에 추워지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시동 켜고 히터 틀어놓은 채 자면 안 되나?”
결론부터 말하면 차종에 따라 답이 완전히 다릅니다. 내연기관차는 시동을 끄는 게 원칙이고, 전기차는 차량에 마련된 유틸리티 모드나 캠핑 모드를 조건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내연기관차는 야외라도 시동 끄고 자세요
가솔린과 디젤차는 잠자는 동안 시동을 켜두지 않는 편이 맞습니다. 기아 사용설명서도 장시간 주정차할 때는 반드시 시동을 끄고, 에어컨이나 히터를 켠 채 밀폐된 차 안에서 수면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가장 무서운 건 일산화탄소입니다. 냄새도 색도 없어 잠든 사람이 이상을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두통과 어지럼증을 느끼기도 전에 의식을 잃을 수 있습니다.
“노지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것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차 뒤를 도킹 텐트가 감싸거나 배기구가 흙, 낙엽, 벽 가까이에 놓이면 배기가스가 빠져나가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창문을 조금 여는 것만으로 안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마른 낙엽 위에 주차하면 뜨거운 배기 계통으로 인한 화재 위험까지 생깁니다.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예외로 보기 어렵습니다. READY 상태에서는 처음에 엔진 소리가 나지 않아도 고전압 배터리 잔량이나 공조 조건에 따라 엔진이 갑자기 작동할 수 있습니다. 차박할 때는 내연기관차와 같은 기준으로 생각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추우면 시동 대신 침구부터 바꾸세요
내연기관차라면 두꺼운 침낭과 단열 매트, 보온 의류를 먼저 준비하는 게 낫습니다. 전기담요를 쓸 계획이라면 차량 12V 배터리에 밤새 연결하기보다 별도 파워뱅크나 캠핑장 전원을 사용하는 편이 마음도 편합니다.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전기 장치를 오래 사용하면 12V 배터리가 방전될 수 있습니다.
차 안이나 도킹 텐트 안에서 가스난로와 버너, 숯 화로를 켜는 것은 더 위험합니다. 휴대용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있으면 도움이 되지만, 시동이나 연소기구를 켜고 자도 된다는 허가증은 아닙니다.
전기차는 ‘시동’보다 유틸리티 모드
전기차는 엔진 배기가스가 없기 때문에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아 전기차의 유틸리티 모드는 구동용 고전압 배터리로 공조와 오디오, 실내 조명을 장시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기능입니다. 테슬라 캠프 모드도 실내 온도를 유지하면서 USB 전원과 화면을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라면 전기차로 차박할 때 일반 전원 상태로 두기보다 제조사가 마련한 전용 모드를 사용하겠습니다. 주차 위치를 P에 두고 주차 브레이크를 확인한 뒤, 다음 날 충전소까지 갈 전력을 남겨놓는 게 먼저입니다.
다만 전기차라고 무조건 밤새 마음 놓고 켜둘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외부 기온과 설정 온도에 따라 공조 전력 소비가 달라지고, 배터리 잔량이 낮아지면 기능이 제한되거나 꺼질 수 있습니다. 차량별 자동 종료 조건과 권장 잔량은 사용설명서에서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전기차도 환기는 필요합니다
배기가스가 없다고 창문을 완전히 닫고 내기 순환만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이 자는 동안 습기가 차고 유리 안쪽에 결로가 생길 수 있으니 외기 모드를 섞거나 창문을 아주 조금 열어두는 편이 낫습니다.
일부 현대차는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나 습기가 높아지면 자동으로 외기 모드로 전환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적용 여부는 차량마다 다릅니다.
마무리
차박하면서 시동을 켜고 자도 되느냐는 질문에 하나의 답만 내리면 틀립니다.
가솔린·디젤·하이브리드는 시동을 끄고 자는 게 원칙입니다. 전기차는 배터리 잔량을 충분히 확보한 뒤 차량의 유틸리티 또는 캠핑 모드를 쓰는 쪽이 맞습니다.
저는 초가을 차박에서 히터보다 침낭에 먼저 돈을 쓰겠습니다. 따뜻함은 조금 부족하면 보완할 수 있지만, 잠든 사이 생기는 배기가스 위험은 알아차릴 기회조차 없을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차박할 때 난방을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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