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현지시간) 비퍼는 엑스 공식 계정을 통해 ‘비퍼 미니(Beeper Mini)’의 중단 소식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애플은 직접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앞으로도 앱 사용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안드로이드용 아이메시지 앱 ‘비퍼 미니’
(출처: 비퍼)
비퍼 미니는 지난 5일(현지시간), 비퍼에서 출시한 안드로이드용 아이메시지 앱이다. 한마디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아이폰의 파란색 말풍선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부분 기능은 아이메시지와 유사하다. 답글 스레드나 이모지 반응을 남길 수 있다. 메시지 입력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타이핑 표시나 읽음 여부도 동일하게 지원한다. 사진이나 동영상 파일의 경우, 화질 저하 없이 고해상도로 전송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문자메시지 규격’
(출처: 애플)
비퍼 미니를 출시한 이유는 문자메시지 ‘규격’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구글을 포함한 대다수 스마트폰 제조사는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 규격을 사용한다. RCS는 지난 2019년 구글과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함께 개발한 국제 표준 메시지 규격이다. 이용자 간 무료 텍스트 전송을 포함해 5MB 이하 파일 무료 전송, 전송 취소, 그룹 채팅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그러나 애플은 자체 메시징 서비스 ‘아이메시지’를 사용한다. 아이메시지는 애플 사용자끼리 문자를 주고받을 때만 작동한다. 안드로이드 사용자와는 아이메시지를 사용할 수 없고, 2세대 규격인 SMS와 MMS 서비스로 전환된다. 메시지 말풍선 색까지 달라진다.
아이메시지는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 메시지 말풍선 색이 다르다 보니 애플 사용 여부를 두고 차별이 생긴 것. 미국에서는 아이메시지 때문에 아이폰을 사달라고 조르는 10대 청소년이 늘었다고.
소외감 사라지나 했더니…4일 만에 중단
(출처: 나인투파이브구글)
비퍼는 앱 출시 당시, 비퍼 미니로 메시지를 전송하면 아이메시지로 인한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퍼 미니는 단 4일 만에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서비스 접근을 차단했던 건 다름 아닌 애플. 애플은 12월 9일(현지시간),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를 통해 ‘보안’을 이유로 비퍼 미니를 중단시켰다는 공식 성명문을 발표했다.
아이메시지에 접근하기 위해 가짜 자격 증명을 이용하는 기술을 차단해 사용자 보호 조치를 취했다는 게 애플 측 설명이다. 비퍼의 기술이 메타데이터 노출이나 피싱/스팸 공격 가능성을 높여 개인 정보 보호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
비퍼 미니에서 나타난 전송 오류 (출처: 테크크런치)
하지만 비퍼는 비퍼 미니가 타사 앱과 달리 보안에 강하다고 주장한다. 사용자가 비퍼 미니에서 메시지를 전송하면 암호화 단계를 거쳐 애플 서버로 전달된다. 돌아오는 답장 역시 복호화 단계를 거쳐 사용자에게 도달하는 방식이다. 그룹 채팅이나 메시지 반응, 미디어 전송까지 모두 같은 원리를 적용했다고 한다.
비퍼 최고경영자(CEO) 에릭 미기콥스키(Eric Migicovsky)는 공식 엑스 계정을 통해 앱 차단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애플이 진정 개인 정보 보안을 위한다면, 서비스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것. 현재 안드로이드 메시지에 적용되는 SMS나 MMS보다 암호화된 비퍼 미니 메시지가 더 안전하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베타 서비스인 비퍼 클라우드에서는 아이메시지가 작동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안상의 이유로 서비스를 차단했다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자세한 이유를 애플은 밝히지 않고 있으며, 사용자 개인 정보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외신에서는 애플의 차단이 단순히 보안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전부터 애플이 아이메시지를 안드로이드에 지원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 삼았다. 애플은 지난 11월, 유럽연합(EU)와 구글의 압박으로 문자메시지 표준 규격 RCS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지만, 말풍선 색상을 구별하는 정책은 변경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루 만에 다시 재개
(출처: Chrome Unboxed)
현재 해당 서비스는 하루 만에 다시 제공하기 시작했다. 다만, 기존에는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아이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애플 ID 로그인 방식으로 바뀌었다. 타사 안드로이드용 아이메시지 앱과 큰 차이가 없는 서비스로 전락했다. 비퍼는 현재 전화번호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보안 검토를 위해 앱 코드를 애플과 공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IT 전문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서비스 재개에 성공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중단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이 수년 동안 아이메시지를 통제해 왔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같은 태도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하영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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