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블랙베리로? 신박한 케이스네
요즘 스마트폰은 가상 키보드만 지원한다. 별도 물리 키보드를 탑재한 제품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한때 쿼티(QWERTY) 물리 키보드를 품은 블랙베리 스마트폰이 대세이던 시절이 있었다. 블랙베리 스마트폰은 물리 키보드 때문에 화면 크기는 작았지만, 훌륭한 키감을 지닌 키보드와 특유의 감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블랙베리는 2009~2010년 정도만해도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할 만큼 높은 점유율을 구축하고 있었다. 특히 전문직 종사자나 유명인, 그중에서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사용하면서 ‘오바마폰’이란 이름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이제는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볼 수 없다. 블랙베리는 애플 아이폰, 구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바(Bar)형 스마트폰과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블랙베리가 변화를 꾀하지 않은 건 아니다. 바형 스마트폰을 만들고,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는 등 신제품을 시장에 내놨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결국 블랙베리는 2016년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했다.
아이폰을 블랙베리로 바꿔주는 케이스 등장
블랙베리 스마트폰은 사라졌지만, 그때의 감성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듯하다. 이들을 잡겠다는 듯 블랙베리를 연상케 하는 프로젝트나 제품도 끊이지 않는다.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엔가젯(Engadget)에 따르면 영국 스타트업 클릭스 테크놀로지(Clicks Technology)는 물리 키보드를 탑재한 아이폰 케이스 ‘클릭스’를 CES 2024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클릭스는 아이폰을 블랙베리 스마트폰처럼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케이스다. 하단에 물리 키보드가 내장돼 있다. 키보드를 제외하면 일반 실리콘 케이스와 비슷하게 생겼다. 착용 방법도 여타 케이스와 다르지 않다. 케이스 안에 스마트폰을 집어 넣으면 된다. 대신 물리 키보드를 작동하려면, 케이스 밑에 있는 라이트닝, USB-C 타입 단자를 아이폰에 연결해야 한다.
이전에도 바형 스마트폰 키보드 케이스는 존재했다. 예를 들어 10여년 전쯤 타이포(Typo)라는 아이폰 키보드 케이스가 있었다. 앞서 삼성전자도 갤럭시 노트 8 정품 키보드를 판매한 바 있다. 이 제품은 평소 키보드를 후면에 끼워놓았다가, 필요할 때 스마트폰 전면에 장착해서 쓰는 방식이었다. 다소 투박했지만, 물리 키보드만큼은 잘 사용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이런 종류의 케이스는 키보드가 스마트폰 화면 일부를 가린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온전히 활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클릭스 케이스는 다른 설계를 적용했다. 케이스 하단에 키보드를 탑재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새로운 단점이 생겼다. 아이폰 세로 길이가 길어진다는 것이다. 프로 맥스처럼 커다란 제품에 클릭스를 씌우면 휴대성이 떨어질 듯하다.
클릭스, 편의성도 신경 쓴 듯
클릭스는 물리 키보드 안에 몇몇 편의 기능을 더했다. 물리 키보드의 장점은 다양한 키 조합으로 기능을 실행하는 것이다. 클릭스는 물리 키보드 CMD키와 다른 키를 조합해, 이 같은 기능을 구현했다. 예를 들어 ‘CMD 키+스페이스바’를 동시에 누르면 검색창이 나타나고 ‘CMD 키+H’를 누르면 홈 화면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어두운 곳에서는 키가 잘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폰 물리 키보드처럼 키가 작은 제품의 경우 더욱 타이핑이 어려워진다. 이에 클릭스는 키보드 아래에 백라이트를 내장했다. 백라이트 가동에 필요한 전력은 아이폰으로부터 끌어온다는 설명이다. 이외 클릭스는 케이스를 장착한 상태에서도 고속 유선 충전이 가능토록 설계했다고 전했다.
클릭스는 애플 앱 마켓 앱스토어에 전용 앱을 출시해, 앞으로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할 방침이다.
클릭스, 실제 판매되는 제품 맞지?
클릭스는 이미 공식 홈페이지에서 케이스 사전 주문을 시작했다. 홈페이지를 보면 케이스 색상은 범블비(노란색), 런던스카이(어두운 회색)이며, 배송은 내달 1일부터 시작된다. 사용 가능한 기종은 아이폰 14 프로, 아이폰 15 프로, 아이폰 15 프로 맥스 세 종류다. 가격은 프로 모델이 139달러(18만원), 프로 맥스 모델이 159달러(21만원)이다.
아쉽지만 국내 출시 여부는 아직 알 수없다. 클릭스는 북미, 유럽 이외 지역 배송은 별도 비용을 받고 배송한다. 그러나 배송 파트너사가 지원하지 않는 지역에 물품을 보내긴 어렵다고 명시했다. 이제는 사라진 블랙베리 스마트폰 감성을 계승한 클릭스 케이스. CES에서 주목받아 국내에도 출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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