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3000만원대 저가형 전기차 ‘레니게이드 EV’ 출시 예고
지프(Jeep)에서 ‘보급형 전기차(EV)’ 출시를 예고했다. 6월 13일(현지시간), 스텔란티스는 투자자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지프 ‘레니게이드(Renegade)를 보급형 전기차로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레니게이드는 지난 2014년 지프에서 출시한 소형 SUV다. 이후 2018년 페이스리프트 버전을 선보인 뒤, 2022년 남미 시장만을 대상으로 페이스리프트 2차 버전을 출시했다. 현재 국내에는 1.3L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엔진을 더해 판매 중이다.
인기는 상당했다. 지난 2015년 국내 첫 상륙 이후 국내 소형 SUV 부문에서 베스트 셀링카 지위를 꾸준히 유지해 왔다. 지난 2021년에는 출시 이후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한 바도 있다. 2020년 대비 46.1%나 증가했다. 젊은 소비자 취향에 맞춘 콤팩트 디자인과 온/오프로드를 넘나드는 유연성이 통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프는 이미 레콘(Recon), 왜고니어(Wagoneer), 어벤저(Avenger) 등의 전기차 모델을 공개한 바 있다. 어벤져는 판매하고 있지만, 레콘과 왜고니어는 아직 출시 전이다. 이들과 달리 레니게이드는 보급형 전기차를 표방하고 있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부분이다.
지프 최고경영자(CEO) 안토니오 필로사(Antonio Filosa)는 2만 5천 달러(약 3,400만 원) 미만으로 가격을 책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소비자가 부담할 실질 금액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프의 첫 전기차인 어벤저 EV는 현재 유럽 시장에서 약 5,700만 원대에 판매 중이다. 레니게이드 EV 예상가보다 30%가 넘게 비싸다.
테슬라에서 준비 중인 보급형 전기차와도 가격대가 유사하다. 지난 1월 로이터통신에서는 테슬라가 2만 5천 달러의 보급형 전기차를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현재 테슬라 전기차 중 가장 저렴한 모델 3의 3만 8,990달러(약 5,200만 원)보다 약 30%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레니게이드 EV의 배터리는 리튬인산철 LFP 배터리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용량은 45kWh로 장시간 주행하기에는 다소 부족할 수 있다. 게다가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 카를로스 타바레스(Carlos Tavares)는 배터리 생산 공장을 새로 신설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배터리 생산이 순조롭지는 않든 듯하다.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면 가격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전체적인 사양은 시트로엥 ‘e-C3’를 참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e-C3는 지난해 10월 스텔란티스 산하 시트로엥에서 출시한 보급형 전기차다.
e-C3는 스텔란티스 스마트 카 플랫폼을 적용했다. 스마트 카 플랫폼은 스텔란티스와 PSA 그룹이 합작해 개발한 CMP 플랫폼의 하위 버전이다. 전기차 중심 플랫폼 중 저렴한 편이다. e-C3를 시작으로 현재는 13대의 차량이 스마트 카 플랫폼으로 구동된다.
배터리는 저렴한 LFP 배터리를 사용한다. 용량은 44kWh로, WLTP 기준 최대 320km를 주행할 수 있다. 배터리 충전은 최대 100kW까지 급속 충전을 지원해 80%까지 약 26분이 소요된다.
서스펜션에는 신기술 ‘어드밴스드 컴포트 서스펜션(Advanced Comfort Suspension)’을 적용했다. 시트로엥의 프로그레시브 유압 쿠션을 사용해 범프 스톱 2개를 각 서스펜션에 장착했다. 이전보다 주행 중 발생하는 충격을 부드럽게 처리하도록 압축과 팽창을 담당한다.
레니게이드 EV가 e-C3의 사양을 어디까지 차용할지는 알려진 바 없다. 카를로스 타바레스는 ‘곧 출시된다’는 설명만 남겼을 뿐이다. 구체적인 사양은 출시가 가까워지면 알 수 있을 듯하다.
레니게이드 EV는 테슬라 보급형 전기차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테슬라도 현재 같은 가격대의 신차를 준비 중이다. 최근 로보택시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보급형 전기차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현재는 입장을 다시 바꾼 상태다.
안토니오 필로사는 ‘테슬라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 2022년부터 미국 내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보급형 전기차를 출시해 테슬라와 겨뤄보겠다는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 전기차 업체와의 경쟁도 예고했다. 스텔란티스는 최대 3년 내에 전기차 가격을 내연기관차에 버금가게 낮춰 ‘중국 침공(China invasion)’에 더 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CATL과 비야디(BYD) 등 수많은 전기차 강자를 보유하고 있다. 고품질 저가 전기차를 출시해 세계 전기차 시장의 60%를 차지한 상황이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는 자체 공급망을 확보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한다. 예컨대 비야디는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부터 원재료 확보까지 모두 직접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프가 보급형 전기차를 출시해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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