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한 몸에 받던 엔비디아(NVIDIA) 차세대 제품의 생산이 뒤로 미뤄졌다.
8월 2일(현지시간)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고객사에 인공지능(AI) 칩 블랙웰(Blackwell) B200 생산이 지연된다고 전달했다.
4일에는 반도체 시장 분석기업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 소속 칩 전문가들도 엔비디아가 대량 생산에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양산이 지연되는 블랙웰 대신 호퍼(Hopper) 칩이 배송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예상했다.
B200 칩은 호퍼 아키텍처 기반 H100의 후속 제품이다. 블랙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며 H100 대비 최대 30배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고 알려졌다. 에너지 소비도 최대 25분의 1 수준이다.
기존에는 가을쯤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이보다 3개월 이상 늦어질 예정이다. 출시 시기는 아직 불분명하다. 엔비디아에서도 시기에 대한 정확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여러 정황을 고려해 볼 때 제품 출시는 2025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블랙웰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엔비디아에서 가장 높은 우선순위에 두는 제품에 역량을 집중한다면 일부 다른 제품의 출시가 취소되거나 지연될 수도 있는 일이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IT 매체 더레지스터(The Register)를 통해 언론에서 언급되는 블랙웰 생산 지연에 대해 특별히 부인하지 않으며 “호퍼의 수요는 매우 강하고, 광범위한 블랙웰 샘플링이 시작됐으며 생산은 하반기에 증가할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엔비디아는 구글,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이 규모가 큰 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데, 이번 일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들 말고도 엔비디아 칩을 기반으로 사업을 구축하는 소규모 클라우드 기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출처:xrtoday)
지연 원인은?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블랙웰 생산이 지연된 주된 원인은 칩 설계 결함에 있다. 엔비디아는 대만 TSMC에서 비교적 새로운 공정을 적용해 블랙웰 칩을 제조하고 있는데, 초기 생산과정에서 설계 결함이 발견됐다고 한다. 디인포메이션은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을 포함한 익명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설계 결함이 “비정상적으로 늦게(unusually late)” 발견됐다고 전했다.
정확하게는 TSMC가 차세대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데 사용하는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패키징 기술의 복잡성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로 분석된다. 새미애널리시스는 브릿지 다이 등 여러 부분에서 칩 재설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TSMC와 함께 문제를 해결 중이다. 설계 결함이 단기간에 수정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지연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출처:The New York Times)
약속 못 지키는 엔비디아…괜찮을까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Jenson Huang)은 지난 5월에 열린 회사의 실적 발표에서 제품 출시 주기를 1년 단위로 가져가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블랙웰 이후 또 다른 칩이 출시될 것이고, 우리는 1년 주기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새로운 인공지능 칩은 더 빠른 속도와 향상된 계산 능력, 높은 효율성 등 각종 성능 변화를 포함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잇따라 혁신을 이뤄내면서 AMD나 세레브라스와 같은 경쟁 업체가 따라잡기 훨씬 어려운 위치에 올랐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정한 출시 시기를 맞추기 위해 압박이 가중됐던 걸까.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했고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회사가 매년 인공지능 칩 출시가 가능한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엔비디아의 미래가 낙관적이라는 점이다. 번스타인의 분석가들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과 같은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는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에 대한 지출을 계속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추세는 엔비디아 칩에 대한 수요가 계속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가 여전히 인공지능 칩 시장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인공지능 기술 개발의 최대 지원자이자 수혜자의 위치에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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