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Reuters)
이달 초 미국 당국이 구글에 제기한 반독점 소송 결과가 나왔다. 해당 소송은 구글 검색 엔진을 애플 기기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했고 이 과정에서 애플에 수십조 원이 제공됐는데, 이러한 행위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 시작된 소송이었다. 결과는 구글의 패소였다. 미국 연방법원은 구글이 미국의 독점규제법인 셔먼법(Sherman Act) 2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아밋 메타(Amit Mehta) 미국 워싱턴 DC 지방법원 판사는 구글이 검색 산업 경쟁을 저해하고 불공정한 이득을 취득했다고 봤다.
구글에게는 이번 판결이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구글은 인공지능(AI) 검색으로 체제를 전환하고 있는데, 검색을 통해 많은 양의 데이터를 확보해야 자체 인공지능 모델 학습에 도움이 된다.
(출처:CNET)
구글 독점 판결…애플에도 큰 타격
애플 입장에서도 큰 규모의 계약이 하나가 사라질 위험에 놓였다. 구글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 기기에 탑재한 기본 웹브라우저 사파리 기본 검색 엔진에 자사 검색 엔진을 넣기 위해 일정 비용을 지급해 오고 있었다. 2022년 기준 애플에 200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알려졌다. 구글은 검색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고, 애플은 큰 금액을 순수익으로 올릴 수 있었다. 서로가 윈윈하는 계약이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둘 사이에 체결된 공급 계약은 파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단기적으로는 애플 서비스 부문 수익에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200억 달러는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애플 서비스 부문의 좋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의 부문별 매출 비중에서 서비스 부문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애플 매출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했다. 애플케어플러스(AppleCare+), 애플 뮤직(Apple Music), 애플 원(Apple One) 등 각종 서비스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면서 매출을 견인했다. 2025년이면 애플 서비스 부문 매출은 1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검색 엔진 계약이 파기되면 당장 수익 조정이 있겠지만, 상승 추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 추세라면 18개월 안으로 손실한 수익을 모두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9to5Mac)
애플이 직접 검색 엔진을 만드는 건 어떨까
일각에서는 애플이 직접 검색 엔진을 만드는 대안도 언급되고 있다. 애플은 10년 전부터 웹 크롤러 애플봇(Applebot)을 이용해 데이터를 수집해오고 있다. 검색 엔진 구축에 필요한 리소스는 이미 보유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시리를 훈련하는 데 사용됐고, 최근에는 애플의 인공지능 서비스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훈련하는 데 사용됐다.
하지만 검색 엔진을 구축하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구글 검색이 그동안 축적해 온 데이터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테크 애널리스트 베네딕트 에반스(Benedict Evans)는 구글에서는 검색을 수행하는 사람들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애플에는 그런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에반스는 “사용자가 어떤 결과를 클릭했는지,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검색을 어떻게 변경했는지, 검색 전과 후에 무엇을 검색했는지”와 같은 세부적인 정보를 구글은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두가 구글을 사용하는 이유는 가장 좋은 결과가 있기 때문이고, 모두가 사용하기 때문에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온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사용자의 행동과 관련된 데이터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좋은 검색 결과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게다가 검색 엔진 운영에도 비용이 든다. 지금까지 나가지 않았던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나아가 현재와 같은 검색 엔진이 미래에도 유효할지 장담할 수 없다. 최근 챗GPT(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 챗봇이 등장한 이후 인공지능이 검색 엔진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검색 엔진에 시간과 돈을 투입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검색을 위한 인공지능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현재로서는 애플이 자체 검색 엔진을 만들 가능성은 작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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