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폰(출처:HMD)
노키아 전 직원이 설립한 핀란드 스마트폰 제조사 HMD에서 새로운 휴대전화 ‘바비폰(Barbie Phone)’을 출시했다. 제품 페이지에 접속하면 “스마트폰에 휴가를 선물하고 바비 플립폰으로 꿈에 그리던 삶을 살아보세요”라는 말로 바비폰을 소개하고 있다.
HMD의 바비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강렬한 색상이다. 핫핑크 색상이 일단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는 바비폰이 영화 「바비」(2023)를 모티프로 하기 때문이다. 바비는 2023년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흥행 수익을 거둔 인기 작품인데, 영화 속 주인공 바비의 시그니처 컬러가 바로 핑크다. 기기 뒷면에는 영화 포스터에 사용한 폰트 그대로 ‘Barbie’라는 로고도 새겨져 있다. 이를 위해 HMD는 장난감 제조업체 마텔(Mattel)과 공동 작업을 진행했다. 마텔은 1959년 처음으로 바비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바비 관련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바비폰에는 3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으며 사진을 찍을 때 바비 카메라 프레임을 추가할 수도 있다. 기기 디자인은 플립 디자인을 선택했다. 바형이 휴대전화의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 잡고,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폴더블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시대에 뒤처진 디자인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최근에는 구시대 유물 정도로 취급되는 분위기다.
기능 측면에서 가장 큰 특징은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휴대전화와 컴퓨팅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스마트폰이 대표적인 모바일 디바이스로 자리 잡았기에 흐름을 역행하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바비폰에는 웹브라우저는 물론 그 흔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도 없다. 이러한 휴대전화는 소위 ‘덤폰(Dumb Phone)’으로 불린다.
대체 HMD에서는 왜 이런 휴대전화를 출시한 걸까.
(출처:Deseret News)
인터넷 없는 바비폰에 담긴 HMD의 생각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라는 개념이 널리 퍼지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을 자발적으로 줄이거나 중단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디지털 과잉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다시 회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디지털 디바이스에 둘러싸여 쏟아지는 정보에 사람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디지털 디톡스에 공감하고 실천에 옮기기도 한다.
물론 스마트폰은 우리 삶 깊숙이 녹아들었기에 스마트폰을 없애기보다는 건강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지금은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지 확인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HMD가 바비를 내놓은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HMD는 지난 몇 년 동안 Z세대를 타깃으로 기능을 간소화한 휴대전화를 출시해 왔다. 전화, 문자메시지, 카메라 등 스마트폰 이전 휴대전화가 그러했듯 필요한 최소한의 서비스만 제공하는 폰을 찾는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판단은 적중했고 HMD가 출시한 휴대전화는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내며 얻으며 인기를 얻었다.
이번에 바비폰을 내놓으면서 HMD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라스 실버바우어(Lars Silberbauer)는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은 온라인 화제가 멈추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며 “이 폰(바비폰)은 당신이 덜 탐색하고 더 많은 즐거움을 원할 때 스마트폰을 버리도록 격려한다”고 말했다.
(출처:HMD)
영화의 인기 바비폰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
HMD의 바비폰은 영국에서 먼저 출시된다. 책정된 가격은 99파운드(약 17만원)로 스마트폰 대비 저렴한 수준이다. 이후 미국에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MD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정확한 미국 출시 일정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7월 개봉한 영화의 인기를 이어가기에는 시기가 늦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하지만 글로벌 분석기업 CCS 인사이트(CCS Insight)는 바비폰의 미래가 밝다고 전망했다. CCS 인사이트 수석 분석가인 벤 우드(Ben Wood)는 미국 경제 매체 CNBC를 통해 “바비폰은 폭넓은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현재 디지털 디톡스 트렌드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바비폰이 영국에서만 40만 대가 판매될 것으로 관측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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