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방지턱을 만나면 당연히 브레이크부터 밟습니다. 문제는 브레이크를 밟는 행위가 아니라 언제까지 밟고 있느냐입니다.
방지턱 코앞까지 속도를 유지하다 앞바퀴가 턱을 타고 올라가는 순간까지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는 운전자들이 꽤 많습니다.
얼핏 보면 차를 아끼는 운전 같지만 차량 하체에는 오히려 불리할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 밟은 채 ‘쿵’, 왜 더 불리할까?
자동차가 제동하면 하중이 앞으로 이동합니다. 차의 앞부분이 내려가면서 전륜에 걸리는 하중이 증가하고 앞쪽 서스펜션도 압축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앞바퀴가 방지턱이라는 큰 입력을 다시 받으면 서스펜션과 타이어가 처리해야 할 충격이 커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Ford 연구진이 참여한 SAE 연구에서도 제동 상태로 포트홀을 지날 경우 브레이크가 전륜 서스펜션 하중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충격의 크기는 속도와 차량 무게, 서스펜션 설계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방지턱 위에서 급하게 속도를 줄이는 게 아닙니다.
방지턱에 닿기 전에 감속을 끝내는 겁니다.
정답은 ‘브레이크 금지’가 아니라 ‘미리 감속’
방지턱을 발견하면 충분히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낮춥니다. 그리고 앞바퀴가 턱에 올라가기 직전에는 이미 원하는 저속에 도달해 있어야 합니다.
주변 상황이 안전하다면 그 시점에는 브레이크 압력을 풀거나 크게 줄이고 천천히 통과하는 방식이 차체 움직임을 훨씬 자연스럽게 만듭니다.
국토교통부 지침에서도 과속방지턱은 애초에 차량 통행속도를 30km/h 이하로 제한할 필요가 있는 구간에 설치하는 시설입니다. 표준 원호형 방지턱은 길이 3.6m, 높이 10cm입니다.
즉 턱 바로 앞에서 급제동하라고 만든 시설이 아니라 접근하면서 미리 속도를 줄이게 만드는 장치라는 겁니다.
요즘 차는 아예 턱 ‘전에’ 감속합니다
재미있는 건 최신 자동차의 제어 방식입니다. 현대차의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은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할 경우 과속방지턱을 넘기 전에 적정 속도로 자동 감속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최신 전방 예측 변속 기능 역시 방지턱에 접근하면 미리 변속과 엔진토크를 제어합니다.
자동차도 턱에 올라간 다음 놀라서 브레이크를 밟는 게 아니라 미리 준비하는 셈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방법도 간단합니다.
방지턱 발견 → 미리 충분히 감속 → 진입 직전 브레이크 압력 완화 → 천천히 직진 통과 → 뒷바퀴까지 넘은 뒤 가속.
앞바퀴만 내려왔다고 바로 가속하는 것도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한쪽 바퀴만 걸쳐 넘는 건?
충격을 줄인다며 방지턱을 사선으로 타는 분들도 있습니다. 일반 승용차라면 굳이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좌우 바퀴가 서로 다른 시점에 큰 입력을 받게 되고 차체에도 롤 움직임이 발생합니다. 무엇보다 일반도로에서 차선을 걸치거나 도로 가장자리로 붙으면 다른 차량이나 이물질이라는 더 큰 위험이 생깁니다.
다만 차고가 극단적으로 낮은 스포츠카가 범퍼의 접근각을 확보하기 위해 아주 저속에서 비스듬하게 진입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수백만 원 깨진다’는 말은 과장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하나 짚어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흔히 보이는 “브레이크 밟고 방지턱 넘으면 쇼바 수명이 절반이 된다”, “충격이 변속기까지 전달돼 무조건 수백만 원이 깨진다” 같은 숫자는 신뢰할 만한 공인시험 근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한두 번 잘못 넘었다고 하체가 바로 망가지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높은 속도와 강한 제동 상태로 방지턱을 반복해서 충격적으로 넘으면 타이어·휠·댐퍼·부싱 등 하체가 불필요하게 큰 충격을 받는다는 원리 자체는 충분히 근거가 있습니다.
그리고 앞에 보행자가 있거나 예상보다 방지턱이 높다면 당연히 하체보다 안전이 먼저입니다. 필요한 상황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규정에 맞지 않게 훨씬 높게 설치한 방지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40km 도로라서 40km 이하로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충격이 들어오죠. 이런 부분들 진짜 짜증납니다.
결국 차를 아끼는 방법은 특별한 기술이 아닙니다.
‘방지턱에서 브레이크’가 아니라 ‘방지턱 전에 감속’.
저도 이 원리를 알고 난 뒤에는 턱에 올라가는 순간까지 브레이크를 꽉 물고 넘어가는 습관을 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래 운전한 분들 사이에서는 이것도 의견이 꽤 갈립니다. 여러분은 앞바퀴가 방지턱에 올라가는 순간까지 브레이크를 밟으시나요, 아니면 미리 감속한 뒤 페달을 풀고 넘어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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