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사이트에서 벤츠 EQE를 검색하면 잠깐 손이 멈춥니다. 2023년식 EQE 350+가 5천만 원대에 올라와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출시 당시 가격은 1억160만 원이었는데, 이제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 캘리그래피와 가격대가 겹칩니다.
그렇다면 삼각별을 단 1억 원대 전기 세단을 반값 가까이 살 기회일까요? 가격표만 보면 맞습니다. 그런데 막상 계약하려니 마음 한쪽이 영 불편합니다.
실제로 타보면 차는 정말 좋다
저도 EQE를 타봤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숫자보다 승차감이었습니다. 가속은 매끈했고 노면 충격도 고급 세단답게 둥글게 넘겼습니다. 3,120mm의 긴 휠베이스 덕분에 뒷좌석도 넉넉합니다.
EQE 350+는 88.89kWh 배터리와 215kW 모터를 사용하고,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471km입니다. 조용하고 편안하게 장거리를 달리는 능력만 놓고 보면 왜 처음에 1억 원을 받았는지 어느 정도 납득되는 차입니다.
지금은 정말 그랜저 가격이다
2026년 9월 1일 기준 KB차차차 매물을 보면 2023~2024년식 EQE 350+ 가운데 주행거리 2만9천~4만4천km 차량이 5,550만~5,899만 원에 올라와 있습니다. 현재 그랜저 하이브리드 캘리그래피의 세제혜택 후 가격은 5,898만9천 원입니다.
매물가와 실제 거래가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도 1억 원대 수입 전기 세단과 신형 국산 준대형 세단이 같은 가격표 안에 들어온 건 분명합니다.
화재보다 더 크게 무너진 건 신뢰였다
2024년 8월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차량은 EQE 350+였습니다. 다만 경찰은 정확한 발화 원인을 끝내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국과수도 배터리 내부 전기적 발열과 하부 외부 충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을 냈을 뿐입니다.
문제는 조사 과정에서 일부 국내 판매 EQE에 소비자에게 익숙했던 CATL이 아닌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들어간 사실이 알려졌다는 점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3월 배터리 공급사 정보를 오인하게 했다는 이유로 벤츠에 과징금을 부과했고, 벤츠는 불복 입장을 밝혔습니다.
EQE의 감가를 화재 한 건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신차 할인과 전기차 중고 수요, 호불호가 갈린 디자인도 함께 영향을 줬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프리미엄차에서 가장 비싼 옵션은 결국 ‘믿고 사는 마음’인데, EQE는 그 부분에 크게 금이 갔습니다.
중고 EQE라면 하부부터 봐야 한다
EQE 세단을 미국 생산차라고 보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벤츠 공식 자료상 세단은 독일 브레멘에서 생산하며 중국 내수용은 베이징에서도 만듭니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은 EQE SUV와 EQS SUV입니다. 차량 생산국과 배터리 제조사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또 하나의 함정은 낮은 차체입니다. 휠베이스까지 길어 지하주차장 경사로나 높은 방지턱에서 하부를 더 신경 쓰게 됩니다. 실제로 배터리 팩 하부 손상 뒤 수천만 원대 교체비용을 안내받은 사례가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습니다.
중고차를 본다면 외관보다 리프트 점검이 먼저입니다. 배터리 하부 충격과 스크래치, 배터리 제조사, 리콜·점검 이력, 남은 보증기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싸게 산 금액보다 한 번의 큰 수리비가 더 클 수 있으니까요.
하얀북극곰의 최종 정리
EQE 중고차는 분명 매력적입니다. 5천만 원대에서 이 정도 정숙성과 승차감, 공간을 갖춘 수입 전기 세단은 흔하지 않습니다. 차 자체만 타보면 “왜 이렇게까지 떨어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문제는 자동차의 완성도와 시장의 신뢰가 따로 움직인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 가격은 기회가 맞지만, 배터리와 하부 상태를 제대로 확인할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기회에 가깝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신형 그랜저 가격으로 중고 EQE, 한 번 도전해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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