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좋아할수록 자기 기준이 정답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 여러 차를 타보며 취향이 생겼지만, 제가 느낀 것이 모두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답은 아닙니다. 특히 승차감과 소음은 같은 차를 타도 평가가 완전히 갈립니다.
그래서 가족용 SUV를 고른다면 리뷰만 보고 계약하지 말고 꼭 직접 시승해보시길 권합니다. 가능하면 운전석에서 끝내지 말고 2열에도 앉아보세요.
잡소리 그만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에 테슬라 모델 Y 프리미엄 RWD를 직접 몰고 뒷좌석까지 경험해 보니 온라인에서 보던 평가와 제 체감이 꽤 달랐습니다.
딱딱하지만 불편하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서스펜션은 분명 단단합니다. 노면을 푹신하게 덮어버리는 국산 SUV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허리를 찌르거나 계속 긴장하게 만드는 불편한 승차감도 아니었습니다. 잘 닦인 도로에서는 딱딱하다는 생각도 크게 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방지턱이나 높낮이가 갑자기 달라지는 곳을 지나면 하체에서 ‘텅’ 하고 울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충격이 세다기보다 안쪽이 살짝 빈 것처럼 들리는 느낌입니다. 고급 SUV의 묵직한 반응을 기대했다면 이 부분은 아쉬울 수 있습니다.
의외였던 건 좌우 롤링입니다. SUV라서 뒷좌석이 크게 흔들리고 아이가 멀미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봤는데, 비포장 구간까지 달려본 제 느낌은 달랐습니다.
현재 타고 있는 벤츠 EQE 500 SUV보다 오히려 좌우로 덜 흔들린다고 느낀 순간도 있었습니다. 차급과 세팅이 다른 만큼 우열을 가릴 비교는 아니지만, 적어도 ‘가족을 태우기 힘든 차’라는 평에는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좋은 길에서는 조용하고, 거친 길에서는 솔직하다
주행 소음은 도로 상태에 따라 인상이 확 바뀝니다. 포장이 좋은 길에서는 정말 조용했습니다. 반대로 표면이 살짝 오돌토돌한 아스팔트에 올라가면 타이어 소음이 실내로 꽤 많이 들어옵니다.
소리만 커지는 것도 아닙니다. 잔잔한 노면 감각이 바닥과 시트를 통해 조금씩 전달됩니다. 좋은 도로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조용한데, 거친 도로에 올라가는 순간 노면 상태를 그대로 알려주는 차였습니다.
테슬라 모델 Y 프리미엄 RWD 차량을 시승한다면 새로 포장된 큰길만 달려보면 안 됩니다. 방지턱과 오래된 아스팔트가 섞인 구간까지 들어가 봐야 실제 승차감을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회생제동이 걱정이라면 ‘감소됨’부터
테슬라를 망설이는 분 중에는 원페달 주행의 이질감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모델은 감속 모드를 ‘감소됨’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상태로 달리니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몸이 앞으로 당겨지는 느낌이 꽤 줄었습니다.
테슬라 설명서에서도 감소됨은 표준보다 회생제동을 제한해 차량이 더 천천히 감속하도록 하는 설정이라고 안내합니다.
물론 예민한 분이라면 페달을 놓는 순간 살짝 잡아당기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예전 테슬라의 강한 회생제동을 떠올리고 겁먹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회생제동 때문에 고민 중이라면 감소됨으로 꼭 한 번 달려보세요.
앞보다 2열에서 공간이 더 놀랍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좌우 폭이 엄청 넓다는 인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2열로 옮기니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무릎 공간도 넉넉하지만 발이 앞좌석 아래로 깊숙이 들어가는 구조가 정말 편했습니다. 다리를 억지로 세우지 않아도 자세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등받이 각도도 조금 조절할 수 있어 장거리 이동도 충분히 괜찮았습니다. 2열 디스플레이는 직접 보니 생각보다 고급스러웠습니다. 아이를 태우는 가족이나 충전 중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분이라면 체감이 꽤 큰 장비입니다.
RWD는 AWD와 다르게 스피커 숫자가 크게 차이나죠. 그런데 여기서 꽤 반전이 일어납니다. 스피커 수만 보고 기대를 낮췄던 사운드도 생각보다 좋았거든요.
엄청난 고급 오디오까지는 아니어도 음악을 들으면서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현재 국내 판매 가격이 4,999만 원부터라는 점을 떠올리면 실내 구성은 충분히 훌륭했습니다.
트렁크는 폭보다 숨은 공간이 강점
트렁크를 열면 국산 중형 SUV보다 좌우 폭이 넓다는 느낌은 덜합니다. 큰 유모차나 네모난 짐을 넣을 때는 국산 SUV의 반듯한 공간이 더 편할 수 있습니다.
대신 바닥 아래 수납공간이 상당히 깊고, 앞쪽에는 프렁크까지 있습니다. 세차용품과 충전용품처럼 자잘한 짐을 따로 나눠 담기 좋았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트렁크만 보고 좁다고 생각했다가 아래 공간을 열어보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수납 부분이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둥글게 보여도 가까이 가면 큰 SUV
디자인은 누가 봐도 테슬라답습니다. 앞뒤를 매끈하게 다듬은 미래지향적인 모습이고, 특히 후면의 붉은 조명은 기존 모델 Y에 없던 요소라 더 예쁘게 느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해 멀리서는 생각보다 작아 보입니다. 그런데 가까이 서면 차폭과 높이가 제법 큰 SUV라는 게 바로 느껴집니다. 복잡한 선을 많이 쓰지 않았는데도 존재감은 확실했습니다.
하얀북극곰의 최종 정리
모델 Y 프리미엄 RWD가 모든 국산 SUV보다 좋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거친 노면에서 들어오는 소음과 잔진동, 방지턱에서 들리는 ‘텅’ 하는 하체 반응, 상대적으로 좁게 느껴지는 트렁크 폭은 계약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승차감이 못 견딜 만큼 딱딱하다거나 2열에서 아이가 바로 멀미할 차라는 평은 제 시승 경험과 달랐습니다. 오히려 좌우 움직임이 잘 억제됐고, 넓은 2열과 깊은 발 공간, 디스플레이와 수납 구성은 가격을 생각하면 상당히 잘 만들었다고 느꼈습니다.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400km입니다. 더 멀리 가는 국산 전기 SUV도 있지만, 제원표만으로 승차감과 공간감을 알 수는 없습니다.
저처럼 기존 평가와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국산 SUV가 무조건 더 낫다고 생각했던 분부터 한 번 태워보고 싶습니다. 남의 말로 결론 내리지 말고 운전석과 2열을 모두 경험해 보세요. 실제로 타본 뒤에도 같은 평가가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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